어릴적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난 후 트라우마를 겪고 우울을 겪었던 어린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사람들을 위로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새벽에 전화소리가 울린다.
”여보세요?“ 내가 전화를 받는다
”어 민정아~“
전화를 건 사람은 아빠다.
“아빠 왜 안와? 어디야?“ 내가 묻는다.
”어~민정아~ 아빠가 좀 다쳐가지고 지금 병원에 있다.” 아빠가 말한다.
”“엄마는? 엄마 바꿔죠.”
“엄마는 지금 치료 받고 있어서 전화는 못 받는데, 치료 끝나면 집에 갈거다 알았제?
”응 빨리 와.“ 전화를 끊는다.
얼마전 엄마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던 동생과 나는 아빠와 엄마가 외출한 오늘이 서프라이즈를 하기 딱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아둔 동전을 털어 산 초코파이를 접시 위에 쌓아 초코파이케이크를 만든다. 엄마가 오면 그때 초에 불을 켜야지.
동생과 나는 은하수손뼉치기를 하고 만화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고, 통화를 끝내니 또 졸음이 또 밀려온다.
”안돠는데 깨어 있어야 하는데,
잠들면 엄마에게 서프라이즈를 해 줄수 없는데…..“
나와 두살 차이 나는 여동생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고, 아가처럼 새근새근 내옆에 잠들어 있다. 나도 곧 다시 잠이 든다.
잠을 청한지 얼마 되지 않아 꿈에서 엄마를 본다. 엄마는 예쁘고 화사한 웨딩드레스 같은 옷을 입고 너무나 평화로운 미소를 지으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엄마는 손을 뻗어 나를 잡으려고하지만 어째서인지 내 손 끝은 엄마에게 닿지 않는다.
엄마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지? 왜 저렇게 미소만 짓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면서 드레스를 입은 엄마의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마 미소를 보는 나는 이유없이 슬퍼진다.
골목 끝에서 느닷없는 앰뷸런스 소리가 난 건 그 때였다. 잠에서 깬 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멈추는가 싶더니 곧이어 들것의 바퀴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엔 골목 끝 멀리에서 들려오더니 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커지며 우리집방향으로 오고 있다.
”오지마. 안돼 여기로 오지마. 오면 안돼” 나는 혼잣말을 한다.
한쪽 팔에 깁스를 한 아빠가 우리집 대문을 열고 들어오고, 구급대원 아저씨들이 대문을 활짝 열어 들것을 옮기고 있다. “엄마는 어딨지? 엄마는 왜 안보이지?” 나는 혼자 생각한다.
들것 침대에는 사람이 누워있다. 파란색 담요에 덮여있다. 다리부터 머리끝까지 다 덮여있다.
구급대원들은 엄숙하게 들것위에 놓였던 몸을 우리집에 두고 떠난다.
순식간에 리본끈을 놓친 아이가 된 것같다. 리본끈에 달려 있던 헬륨풍선은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간다.
낭패감이 든다.
풍선이 날아간 곳으로 쫓아갈 수 있는 날개가 나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날개 대신 두다리를 가지고 땅에 서있다. 풍선이 날아간 저 멀리 하늘을 쳐다보면서.
나에게 다시 그 헬륨풍선을 돌려달라고 울면서.
다음날 소식을 듣고 가족들과 친척들이 우리집을 찾아 왔다.
컬러로 인화 된 엄마의 사진은 흑백의 영정사진으로 바뀌었고.
우리가 서프라이즈로 켜려고 했던 엄마의 생일 초는 영정사진 앞 향초로 바뀌었다.
장례지도사가 다녀간뒤 누런삼베옷으로 갈아 입은 엄마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음주운전자가 몰던 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그 사고로 엄마가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응급뇌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슬퍼하는 가족들과 장례지도사는 얼굴에 생기를 잃고 파랗게 식어 버린 엄마 얼굴을 나와 동생에게 보여주면서 엄마에게 와서 인사하라고 했지만 나는 무서워서 뒷걸음 쳤던 기억이 난다.
민머리에 혈색 없는 엄마의 모습은 내가 알던 엄마의 모습과 너무 달랐기에,
저기 눈감고 누워있는 사람은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는 아직 어딘가에서 화사하고 예쁜 옷을 입고 당장이라도 대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찾을 것 같았다. 그럼 나는 그때서야 계획대로 못한 서프라이즈 생일파티를 시작하며
엄마의 생일 케이크 위에 있는 초에 불을 켜고 큰 소리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던 것이다.
봄에 태어난 엄마는 몇 개월 후 다시 내 꿈에 찾아왔다. 엄마는 여전히 나를 향해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봄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엄마를 꿈에서 본 것이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학창시절과 성인시절을 지내며 모든 것이 흑백같은 겨울의 시기를 지날 때에도
봄같은 엄마의 미소는 나를 잡아주었다.
“민정이 너도 봄처럼 예쁜 미소를 지어보라고” 그렇게 예쁘게 살아가라고,
“비록 나의 몸은 여기 없지만 내가 너와 휘진이 곁에서 봄볕처럼 따뜻하게 머물겠다고”
겨울같은 흑백의 시간을 지나는 이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봄은 온다고.
그러니 미소를 지으며 봄을 꼬옥 안아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