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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Oct 14. 2023

새벽 2시, 지구대로 달려온 소중한 사람들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경찰에게 붙잡혔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 투신자살의 실패(3)


경찰서, 혹은 지구대에 가본 적이 있는가. 특히나, 어떠한 사건으로 붙잡혀 간 상황이라면 그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것이다. 그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커다란 긴장감 속에서 나를 더 족쇄 오던 건 보호자가 방문하지 않을 경우 지구대를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15층 옥상에서 지구대로 잡혀와 죽지 못해 살아서 앉아있는 시간에도 분노가 가득했는데, 부모님의 부재는 나를 더 동굴로 들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경찰서 철장에 갇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건 아닌지도 걱정이 되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경찰관아저씨께서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지인분께서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그러니 너무 걱정을 하지 말라고.

지인? 순간 나를 경찰에 신고한 언니가 이곳 지구대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안심이 되었던 건 맞다. 인정한다. 새벽에 지구대에 혼자 잡혀있던 시간은 너무나 무서웠으니까. 그런데 언니가 지구대에 도착하면 얼굴과 눈을 마주칠 용기는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나를 살려낸 언니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새벽 2시, 부장님의 도착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새벽 2시가 넘어간 시간, 전 직장 관리자이셨던 정 부장님께서 지구대로 찾아오셨기 때문이었다. 내 앞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부장님을 본 순간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부장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입을 닫았다.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내가 부장님께 드릴 수 있는 말은 더 없었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자살시도의 위험성에 처해있던 나를 신고했던 지인 언니는 보호자가 없던 내 부모님을 대신해 나를 알뜰 살뜰히 보살펴 주었던 전 직장 관리자 정 부장님께 전화를 드린 것이었다. 그렇게 새벽 2시가 넘어간 시간, 지구대에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이고 있었다.


:새벽 2시, 지인 언니의 도착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지인 언니가 지구대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언니가 들어오는데 화가 너무 나서 얼굴을 쳐다보기가 싫더라. 그렇게 나는 언니와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언니는 왜 경찰서에 전화해서 나를 위치추적 하게 만들었을까. 그 시간 경찰은 어떻게 아파트 옥상에서 나를 찾아냈을까. 이 상황은 모두 언니 때문이다. 언니 때문이야라는 생각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새벽 2시 두려움과, 무서움, 걱정된 마음으로 지구대로 달려온 언니에게 나는 몹쓸 짓을 하고 말았다. 내 앞에서 주저앉아 울부짖는 언니를 바라보며 나는 아무 말도.. 어떤 제스처도 하지 않았으니까..

"OO야, 네가 이렇게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어떻게 네가 이럴 수가 있어"

"너 이렇게 가면 나는 못살아" 하며 울부짖던 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새벽 3시, 상담심리사 한 선생님 도착

1타 3 피인가? 이건 또 무슨 상황이었을까. 부장님과 언니가 도착한 이후였다. 이번에는 상담심리사 한 선생님께서 문을 열고 내 앞으로 들어오고 계신 것이 아닌가? 말도 안 돼. 순간의 당황스러움, 그리고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살시도를 하기 며칠 전, 지인언니에게 부탁 한 가지를 했었다. 혹시나 추후에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상담선생님께는 연락을 드리지 말아 달라고. 혹시나 내가 죽더라도, 절대로 연락은 하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 장난으로 이야기했었지만 그 당시 내 마음은 진심이었고, 언니가 꼭 그래주길 바랐었다. 그런데 그 약속은 어겨졌고 내 앞에는 상담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그렇게 나는 상담선생님을 마주한 채 몇 분의 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몇 분 전 자살시도를 시행했던 내담자와 상담사는 지구대에서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후...


죽고 싶어서 올라갔던 15층 아파트 옥상.

그리고 경찰에게 붙잡혀 내려와 앉아 있던 지구대.

그곳에서 마주했던 소중한 사람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다.

내 소중한 사람들은 그 시간 나의 자살시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 마음이 들었을까.

그리고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나에게 달려오던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해 본다.

화가 났을까, 걱정이 되었을까.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커다란 잘못을 한 것이 맞는구나.

그 마음들을 잊지 말고. 내가 했던 잘못들을 잊지 말고 되새기며 앞으로를 살아가야지.
내 사람들에게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내는 OOO의 모습을 보여주어야겠구나.

그래야겠다고.

이제는 생각한다. 


곧 다음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이어집니다.
#4. 새벽 6시, 정신병원에 강제 응급입원 되다
#5. 폐쇄 정신병동에서의 우여곡절
#6. 퇴원을 하기 위한 발버둥
#7. 잘못했습니다/다시 되찾은 삶
#8.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편지글
#9.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10. 다시 시작하는 두 번째 인생

삶과 죽음의 순간, 경험했던 모든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또다시 같은 상황으로 흔들리더라도, 꺼내보고 되새기며 나를 바로잡기 위해. 글로써 모든 순간을 저장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은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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