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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Jun 06. 2023

삶, 부대끼며 함께 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게 인생이지

10년이 넘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던 두 명의 지인과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세 명이 아니었다. 지인의 뱃속에는 '아가'가 자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오늘 우리는 네 명이었다.


'아가'는 이야기했다. "나는 오늘 무슨 고기를 먹어도 좋은데 김치를 구워 먹고, 볶음밥을 꼭 볶아 먹고 싶어"라고. 미션이 주어졌다. 아가를 위해서 맛있는 고깃집을 찾아야 했는데, 그곳이 숯불을 사용하는 집이냐 아니냐가 중요했다. 숯불을 사용하는 곳이면 볶음밥을 먹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뜩 생각난 곳을 향해 쏜살같이 이동했다. 그런데 아뿔싸, 고깃집이 있어야 할 자리에 고깃집이 없더라. 문을 닫았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던 우리는 순간 숨이 죽은 야채처럼 풀이 죽었다. '이럴 수가, 안되는데' 오늘의 미션 수행을 담당하던 나는 초조했다. 그런데 날이 날이었을까. 두 번째 이동한 고깃집 역시 휴무일이더라. 허탈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으니!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동한 세 번째 고깃집은 어땠을까. 미션을 성공했을까? NO! 그 순간 리는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여러 고깃집을 헤매며 '김치와 볶음밥'을 외치고 있던 우리가 도착 한 곳은 숯불을 사용하고 있는 고깃집이었기 때문이다. 밥을 볶아 먹을 수 없는 불판이 놓여있더란 말이다. 그 순간의 당혹감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가게문을 되돌아 나왔을까? 그것도 NO! 이미 인사를 드리고 가게 성큼 들어왔기에 다시 되돌아 나갈 수 없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너무나 친절하고 환한 웃음으로 마중을 나오셨기 때문에. 고깃집에서 풍겨오던 아름다운 고기향 역시 우리의 발걸음을 잡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이곳에 정착한 채 고기를 먹었다. 사실, 이동하는 동안 배가 너무 고팠고, 고기라면 어느 곳이든 다 맛있지 않은가. 즙을 그대로 머금고 있던 숯불 삼겹살의 맛은 환상적이었고, '아가'도 만족한  했으니 미션 수행은 반성공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한참 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던 는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공복감을 느낀다. 리는 알고 있었다. '김치와 볶음밥'에 대한 강한 욕구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음을. 배는 불러도 볶음밥이 들어갈 위장의 공간은 아직 남아있음을. 그래서 직감했다. 이대로 오늘 삼겹살 식사가 1차로는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 보자. 여자 세 명이서 단 하루, 그것도 두 시간에 걸쳐 삼겹살 집 두 곳을 이동하며 밥을 먹는다? 그것도 고깃집 볶음밥을 찾아서? 결국 우리는 2차 고깃집을 방문했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볶음밥을 쟁취해 낼 수 있었다. 역시! 여자들의 식탐이란 이런 것이다. 멋있는 우리들. 그렇게 웃픈 고깃집 투어는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세상이 너무나 재미있고 밝게 보이더라.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에 지치고, 밀려드는 업무에 지치고, 매 순간 힘듦을 껴안은 채 살아가고 있던 나였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주변 지인들과도 거리감을 두게 되더라. 그런데 오늘 나는, 역시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내 주변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 속에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삼겹살집 투어를 돌면서 든 생각이었지만, 내게는 잊지 못할 재미난 추억이 하나 생겼다고나 할까. 에너지도 얻을 수 있었고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내가 혼자인 듯 외로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때 오늘처럼 지인을 만나고, 적당히 부대낄 수 있는 시간을 함께 어울리다 보면 어느순간 환하게 웃음짖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되더라.


그러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분명 혼자가 아니다. 당신 주변에는 당신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당신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사람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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