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좋아해서 써보기로 했다
#감각채집 00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처음에는 앨범 아트디렉터를 꿈꿨다.
어릴 적 민희진 아트디렉터님을 보며 처음 매료됐던 건, 단순한 그래픽이나 콘셉트가 아니라 세계관을 설계하고 감각적으로 의미를 불어넣는 방식이었다. 그때는 그게 브랜딩이라는 줄도 몰랐다. 그냥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그 안에 담긴 태도나 철학에 더 끌리는구나 정도로 느꼈던 것 같다. 관련 강의를 보러 다니고 외부 동아리도 활동하고, 미대 입시도 준비하면서 나름 부지런하게 내 꿈을 꿈꿨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생 시절, Plus X의 에이노멀 브랜딩 프로젝트를 보고 처음으로 명확하게 깨달았다.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로 이런 거야. 단순히 향수라는 제품을 판매하는 걸 넘어서 브랜드가 가진 철학, 감각, 말투, 톤까지 모두 이어지는 설계와 단순한 정체성 구축을 넘어서 브랜드의 태도와 핵심 관점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방식이 인상 깊었다.
이후 너무 감사한 기회로 콘텐츠 디자이너와 GUI 디자이너라는 직무를 통해 실제 유저와 닿는 화면을 디자인하고,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브랜드의 본질에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결과보다 브랜드가 왜 그 표현을 선택했는지가 더 궁금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시각 결과물에서 나아가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전반적 경험을 만드는 것에 더 끌린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했다.
그래서 단순히 디자인하는 사람이기보다 브랜드를 해석하는 사람으로서 글을 써보려 한다. 하나하나의 메시지나 감각을 뜯어보면서 왜 오래 남았는지, 왜 좋아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태도는 무엇이었는지 마치 채집하듯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서비스 경험까지 연결되는 브랜드의 태도를 관찰하고 스스로 답을 써보는 연습.
이 계정은 그런 기록을 쌓아가는 공간이다. 감각을 천천히 채집하며 브랜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훈련이자
언젠가 내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정리해 가는 아주 개인적인 아카이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