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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치 Mar 10. 2024

e수정이 가능하니까 초안이다.

32살 나의 이야기

글을 쓸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하기 앞서 러프하게 앞으로의 방향성을 생각해볼때 작성하는 것이 초안이다.  또한, 더 넓게는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하는 삶의 방향을 생각하며 구체화 하는 과정에 앞서 Draft(초안)을 작성한다.


20대 후반에 나는 다가올 30대를 기대하면서 내 미래에 대한 여러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앞서 초안을 작성하곤했다. 그런데 그 과정들이 지금 햇수로 3년째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32살이 된 지금도 새해랍시고 매년 켜보는 나의 계획 노션에는 작년에 썼던게 그대로 올해에도 하고싶은 일들로 또는, 이루고 싶은 목표들로 차 있다. 사업과 인간관계에 연속적으로 실패하고 난 후 모든일에 자신감이 사라지고 나는 안될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면서도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세운 목표들이었지만, 여전히 그 부정적인 생각들이 목표의 초안들을 뚜렷히 완성해 나가지 못하게 막고있다.


20대와 30대의 차이를 말하자면, 20대는 앞만 보고 달려나갈 수 있을 때다. 그런데 30대는 앞만보고 달려나가고 싶어도 주변 친구들의 결혼, 승진, 출산 등이 매번 내가 가려고 하는 이 길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30대는 조급하다. 무슨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짧게는 3개월 길면 1년이상이 걸리는 일이 태반이라, 지금 내가 잘 하던일들을 멈추고 새로운 일을 해봐도 되는지. 항상 조급하게 만든다. 그 조급함의 과정에는 단연 돈 문제도 있다. 


지금은 SNS의 부작용으로 사람들의 기준치와 생각하는 삶의 평균이 굉장히 높아져있다. 서울 4년제를 나온 사람은 이미 상위 11%이며, 40살 전에 자가를 구입하는 사람은 25%미만이라던데, 부족하지 않은 삶을 영위하고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에는 영앤리치 밖에 안보이는게 현실이 되어 나를 자꾸 남들과 비교하게 만든다. 나는 항상 그런 틀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부했었다. 길은 개척하는 것이며, 남과 비교해서 불행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라고.


바보같은 짓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으니 이제 재기를 해야 겠지. 그렇게 재기를 준비하며 생각했던 첫번째 단추는 해외로 대학원을 진학하는 일이었다. 비록, 꽤 긴시간 공을 들이고도 며칠전에 대학원에 불합격 소식을 받았지만, 초안은 수정이 가능하기때문에 초안이니까. 내 계획을 조금 수정했다. 대학원엔 합격 못했지만, 그래도 떠나기로.


한 평생 머물러온 이 곳에서 더 이상 좋아질 기미가 없다면 이곳을 떠나보기로. 확률은 반반이니까.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거나.

나는 일러스트의 초안은 항상 빨간색으로 작성한다.


가만히 있다가 그림을 하나 그렸다. 초안은 항상 빨간색 펜을 드는데, 가느다란 실 위에 앉아있는 사람이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고, 담벼락위에 앉아 평화로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초안에 배경을 그리고 표정을 그리고 나면 점점 뚜렷해진다. 아직은 빨간펜을 쥐고 초안을 더 그려야하지만, 어쨋든 결국에는 재미있는 그림을 완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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