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창밖으론 달빛이 유난히 밝았다.
이불 속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몸을 틀어도, 베개를 바꿔도,
그 공허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마치 어디선가 뭔가 빠져나간 듯,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함만이 남아 있었다.
햇살은 너무 평온해서 오히려 불안했다.
토스트를 굽고, 커피를 내리고,
늘 하던 방식대로 하루를 시작했지만,
마음은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없었다.
그냥, 오늘은 조금 슬픈 날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평소처럼 웃었고,
거리는 평소처럼 분주했지만,
나는 그 안에 없었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나는 모든 풍경의 바깥에서 조용히 숨을 쉬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바뀌어버린 건
내가 아니라 세계인 것만 같다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먼저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된 균열이,
천천히 번져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아닐까.
누구도 모르게 조용히 부서져버린 마음의 조각들을, 나는 아직도 이따금 주워담는다.
그 조각들은 작고 투명하면서도 아주 맵다.
문득,
알 수 없는 얼굴들이 섞인 거리에서 눈을 감는다.
그럴 때면 닫힌 눈 안쪽이 오히려 더 복잡하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감정들이 속삭였다.
——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이지 아무 일도.
그런데 이상하게, 하루가 무겁게 가슴에 내려앉는다. 그 무게가 어디에서 오는 건지,
그 누구에게도 물을 수는 없다.
그냥,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