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후회,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법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천재들을 빼면, 처음부터 무언가를 완벽하게 잘 해내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시작은 비약하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함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다. 비록 대부분의 일들이 용두사미처럼 끝나고 말았지만.
2018년, 유튜브가 뜨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그흐름에 올라타려 했다. 당시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구독자 10만 명이라는 부푼 꿈을 꾸고 시작한 유튜브. 그 꿈을 떠올리며 열정을 불태울 때, 나는 이미 다른 유튜버들의 성공을 바라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스튜디오 세팅부터 영상 촬영, 시나리오 작성, 영상 편집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것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평일에는 퇴근 후에나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집에 와서 촬영과 편집을 하다보면 금세 녹초가 되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 데만 10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피로가 쌓여갔다.몸도 지치고, 무엇보다 내가 열심히 만든 영상이 구독자를 바로 얻지 못한다는 사실도 큰 스트레스였다. 나는 점점 더 불안해졌고 그 불안이 결국 '유튜브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나를 설득했다. 그렇게 나는, 유튜브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2020년, 나는 또 다른 도전을 했다. 코로나 시대가 맞물려 사람들은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했고, 유튜버들의 구독자는 급격히 증가했다. 그때 속으로 '2년 전 유튜버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나도 저 유명한 먹방 유튜버 중 하나였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도 잘 안다. 그건 결국 아무의미 없는 후회이고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것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과거를 회상하며 유튜브에 대한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그때 알고리즘에 의해 신사임당이라는 유튜버를 알게 되었다.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매월천만 원을 버는 콘텐츠였는데 그 성공적인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졌다. 그래서 부푼 꿈을 안고 유튜브를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전자책과 강의를 통해 철저히 준비해 나갔다.
한달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타오바오에서 물품 사입을 통해 판매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통신판매업 신고도 마치니 이제 나도 사업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휴지통에 있는 센서에 몸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뚜껑이 위로 열리는 스마트 휴지통을 판매했는데 아무도 내 제품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위탁판매를 시작하고 공동구매도 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돈과 시간만 소비하게 되었다.
이후에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도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빈도는 점차 줄어들었다. 처음엔 불타는 듯했던 열정도 이내 식어가며 나는 마치 활활 타오르던성냥처럼 어느새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성냥은 그 불꽃으로 제 할 일을 마치지만, 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그 불길이 꺼지기만 기다리는 듯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점점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자꾸만 피폐해져 가는 내 모습이, 차라리 고통을 느끼지 못할 만큼 점차 무기력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하기가 겁이 났다. 그래서 나 자신을 방치하며 살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며, 그 속에서 더 이상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그러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 진심으로 나 자신과 마주하기로 결심했고, 나는 왜 시키지도 않은 유튜브나 스마트스토어 같은 것들을 계속해왔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음에도,나는 끊임없이 미래를 걱정했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 생활비가 늘어나고, 교육비도 들어갈 텐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좁아지면 더 큰 평수로 이사를 가야 할 텐데.'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이 모든 불안감은 돈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나는 그 불안을 달래기 위해 계속 무언가를 시작했다. 그러나 돈을 쫓아가다 보니 그 무엇도 끝까지 지속할 동기가 부족했다. 그렇게 나는 언제나 여유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나는 돈에 대한 집착을 조금씩 걷어내고,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돈을 완전히 떼어낼 수는 없었지만, 더 이상 그것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찾고 그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을 하면서 나는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동기가 분명해야 한다. 나아가야 할 방향이 불확실하다면 결국 그 길은 침몰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엔 반복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고 한층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깊이 파고든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번거로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결국 나를 성장하게 만들 것이고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을 것이다.
귀찮은 일을 반복하고, 그 귀찮음을 이겨내자. 만약 중간에 포기한다면, 아쉬움과 후회의 그림자가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이다. 하기 싫은 생각이 들더라도, 10분만, 아니 5분만이라도 해보자. 언젠가 그 시간은 1시간이 되고, 그 다음엔 2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결국 내가 상상한 것보다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가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