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속에서 발견한 뇌과학 이야기
이번 주말엔 책을 읽고, 영어 공부도 하고, 자기계발이라는 걸 해보자고 생각했다. 아니, 다짐했다고 해야 할까. 정확한 표현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종류의 결심 같은 걸 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알고 있듯이, 결심이라는 건 아주 잘 실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고, 스스로에게서도 낯선 어떤 감정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결국 나는 책도 안 읽었고, 영어 공부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주말을 흘려보냈다.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거실에서 담요를 덮고 TV를 보고 있는 아내를 혼자 두고 방에 들어가 있는 것이 어딘가 미안하게 느껴졌다. 물론 아내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가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나도 내 시간을 가지면 된다고. 그래, 그렇게 말은 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말처럼 간단하진 않다. 나는 자꾸만 아내의 뒷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혼자 있는 아내의 실루엣은 왠지 모르게 안개 속에 잠긴 등대처럼 아련했다.
사실은 내가 공부하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사람은 때때로 어떤 책임감이나 애정으로 감정을 포장하곤 한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방에 들어가 책상 앞에 앉는 일은, 솔직히 말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나는 결국 침대에 누워 유튜브만 봤다. 내가 고른 영상은 거의 없었다. 그저 알고리즘이 끌고 오는 것들을 따라가다 보니 몇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도파민이라는 게 그렇게 강력한 물질인 줄 예전엔 몰랐다. "이 영상만 보고 책을 읽자", "이것만 보고 운동하자" 같은 말들은 아주 손쉽게 무너졌다.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말이 끝날 무렵, 나는 후회했다. 아주 고전적인 패턴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나는 또 자책이라는 감정에 빠졌다. 관성이라는 건 무섭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기 시작하면, 그게 습관이 되고, 결국 삶이 된다.
그 와중에 자기계발 유튜브 몇 개를 보긴 했다. '장동선의 궁금한 뇌'라는 채널이 있었다. 뇌과학 이야기였고, 그중에서도 ‘AMCC’라는 낯선 용어가 기억에 남는다. Anterior Midcingulate Cortex. 앞쪽 대상회피질. 이름만 보면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이 의지력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잠시 집중했다.
이 부위는 어떤 행동에 에너지를 쓸지 결정하고, 목표에 집중할지, 인내할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정신력의 본거지 같은 곳이다. 재미있게도, 이 AMCC를 발달시키는 방법은 단순하다. 하기 싫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
듣기만 해도 한숨이 나올 만큼 간단하고도 어렵다. 이불을 갠다든가, 바로 설거지를 한다든가, 그런 사소한 행동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뭔가를 하진 않았다. 단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사람이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면, 뇌는 그걸 기억하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습관처럼 자기 의지의 스위치를 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뇌라는 건 참 묘한 구석이 있다. 게으름도 학습되지만, 의지도 학습된다는 점에서.
그걸 ‘승자효과’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긴 사람이 또 이긴다는 이야기다. 듣기엔 불공평해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나도 작년에 러닝을 시작한 이후로, 뭔가 시작만 하면 꽤 집중하는 편이 되었다. 시작하기까지가 오래 걸릴 뿐이다.
아마도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하기 싫은 일을 외면하지 않고, 아주 작게라도 해내는 것. 타고난 피지컬이 없다는 사실을 탓하기보다는,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 사람은 자기가 계속 반복한 것으로 만들어지니까.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 속에서, 아주 조용히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