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학대하는가

엄마는 많이 아프고 나는 [엄마를 학대한다]

by 소요

어떻게 지내?


어떻게 만났는지 설명하기는 길고, 나이는 다르지만 마음이 잘 맞아 세 명의 친구들과 묶인 카톡방이 울렸다. 엄마가 쓰러졌을 때도 가장 먼저 알렸고, 내가 엄마 집으로 오게 됐을 때도 밥을 먹여서 보내주었고 지금도 줌이나 카톡으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친구 중에 엄마 소식이 가장 잘 업데이트 되어 있는 친구들이다.


죽다 살아났음ㅠㅠ

왜 아팠어?

아니, 내가 아니고 엄마가.

왜? 갑자기 안 좋아지셨어?

뭐가 잘못된 건지 계속 잠만 자고 눈도 못 뜨고 말도 못하고. 방문 간호사는 혈압이나 체온, 산소포화도 모두 괜찮으니 지켜보자는데 나는 죽는 줄 알았어.

지금은 어떠셔?

죽지 않고 살아 있음. 지금은 눈도 뜨고, 말도 몇 마디 하고.

그랬구나. 다행이고, 마음 졸이고 고생했겠네.

그런데 나도 한 달 동안 엄마때문에 꼼짝 못했어.


여든 넘은 노모와 함께 사는 언니가 말했다. 어느새우리는 부모님을 돌보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언니의 어머니는 고협압, 빈맥 등으로 실신을 해서 응급실을 두어 번 갔다왔다고 했다. 오늘 겨우 기운을 내서 보름만에 집 밖으로 산책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기 발등에 불 끄고 숨통이 트여서 내 안부를 물은 거였다.


우리 카톡 멤버 중 언니의 아버지가 가장 먼저 치매에 걸렸고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이북 분이셨고 듣기로 꽤 까다로운 성품을 가진 분이었다. 그 옛날 경기여고 나와 멋있고 지적인 여성이 했다는 타파(색과 디자인이 예쁜 미국 플라스틱 용기) 레이디였던 어머니가 간병을 했는데, 식사를 잘 안 하시려고 해서 애 밥 먹이듯 한 술이라도 먹이려고 밥 그릇 들고 쫓아 다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어머니가 간병하다가 우울증에 걸렸고, 병도 났다고 했다. (그 여파로 지금 어머니가 우울증과 불안함에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약을 드시는데 그게 치매로 연결되는 중인 것 같다) 암튼 어머니 혼자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요양보호사, 작업치료사, 간병인 등 집에 사람을 불러서 돌봄의 일부를 맡겼는데 까다로운 아버지의 취향과 수준이 안 맞아서 고생을 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그분들이 틀어주는 트로트를 싫어하셨다고. 그러다가 결국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셨고, 마지막에 거의 곡기를 끊다시피 하시며 돌아가셨다.


내 주위에서는 처음 듣는 치매 어르신 이야기라 신기하게 듣긴 들었어도 그게 내 일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지금은 너무나 내 얘기다. 내용은 달라도 돌봄의 어려움은 비슷하다. 지금은 언니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뼈를 때린다. 언니가 말했다.


난 말만 안 했을 뿐 말만 하면 어머니를 학대하는 수준이야. 그게 너무 괴로워서 미치겠고, 너무 부끄러워서 누굴 만날 수도 없다니까. 간병은 그 자체보다 그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큰 것 같아.


너무 맞는 말이다. 나는 매일 매순간 내 안의 몬스터와 마주한다. 잘 하려고 하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돌변한다. 이럴 바에는 빨리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많이 들었다. 언니가 학대라는 표현을 하니 나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 나는 학대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엄마를 학대했어.


몇주 동안 엄마가 너무 눈을 못 뜨는 거야. 엄마 제발 눈 좀 떠보라고 엄마를 꼬집었거든. 그래도 눈 안 뜨면 구급차 부를 생각으로. 그 순하디 순한 엄마가 아이 아파. 하면서 인상을 찡그리더라고. 그런데 내가 어떻게 했는 줄 알아? 그래, 그렇게라도 눈 떠보라고 또 꼬집고. 그냥 장난 수준으로 꼬집었다고 생각했는데, 목욕시키면서 보니까 멍이 시퍼렇게 들었더라고. 내 손이 맵기도 하고, 속상하고 미운 감정도 실려 나도 모르게 더 세게 고집었던 거지. 엄마 목욕은 내가 시키니까 나만의 비밀이었는데, 얼마 전 방문간호사가 와서 탄로났어. 엄마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이런 행동이 학대를 발견하는 매뉴얼인지 모르겠지만) 팔에 든 멍을 발견하고는 세상에, 병원에서 주사 맞느라고 이렇게 멍이 들었나보네요. 얼마나 아프셨어요, 하면서 문질러주는 거야. 뜨끔했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고. 나도 아빠도 차마 말 못했어. 내가 꼬집어서 생긴 멍이라고. 노인 학대 신고 당할까봐.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다른 누가 아닌 딸인 내가 엄마를 학대하고 있구나. 간병이 길어지니까 감각이 무뎌졌던 거 같아. 누가 밖에서 오기 시작하고 엄마 몸을 들여다 보게 되니 조심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 누가 볼까봐 조심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거라도 안 되면 나도 모르는 학대가 일어날까 두려워서 누가 들여다 보게 제도적으로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니까 쉽게 짜증내고 화내고 그랬었는데 이것도 일상이 되니까 기본 말투가 그렇게 되더라고. 다정하게 예쁜 말을 하려고 노력할 게 아니라 말로 때리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겠더라고.


가끔 아니 자주 내가 엄마를 살리는 건지 죽이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엄마가 살아있지만 죽어가고 있고, 죽어가지만 또 살아있기도 하다. 엄마를 살리고도 싶고, 빨리 끝났으면도 싶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과 그래도 소용없는 것 같다. 어떤 방송인이 자신의 간병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그러더만. 잘 하는 것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그냥 하는 거라고. 똥 냄새 나니까 역겨우니까 치우는 거라고. 큰 기대, 욕심, 책임, 미련 모두 내려놓고 결국 오게 될 시간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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