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받은 사랑과 부모에 대한 책임의 상관관계

동생 밥상을 차리는 이유

by 소요

동생이 온다. 동생이 온다고 하면 나는 조금 더 분주해진다.


엄마와 아빠, 남편과 딸보다도 동생 밥상을 차릴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왜냐하면 입도 가장 짧고 입맛도 까다롭고, 무엇보다 엄마가 잘 먹이고 싶어 했던 동생이니까.


엄마가 동생을 잘 먹이고 싶었던 것은 아마 가장 아픈 손가락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동생은 우리 삼 남매 중 가장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동생도 취중진담으로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 애정결핍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첫딸이니까 그 자체로 온 집안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할머니의 손길과 보살핌으로 공주처럼 컸고, 똘똘하다고 칭찬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자랐다. 크면서는 사춘기 탓인지 삐뚤어져서 잘못 건드렸다가 지랄할까 봐 엄마, 아빠도 내 눈치를 보고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주었다. 둘째는 첫딸보다 더 높은 계급이었던 첫아들이었고, 어릴 때부터 동네 사람들이 서로 데려가 봐주겠다고 할 정도로 예뻤다. 어릴 때는 귀엽기나 했지 그렇게 똘똘하지 않았는데, 커가면서 공부를 좀 하더니 시골에서 서울대 갔다고 정말 큰 사랑과 관심,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대학교 2학년 때 사고로 먼저 떠났다.


막내는 동네에서 유명한 울보였다.


하도 울어서 백일사진, 돌사진도 못 찍어줬다는데, 그래서 주워온 게 아니냐는 의심도 많이 받았다. 막내 동생 백일 때쯤 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그래서 젖을 못 먹여서 애가 많이 울고, 키도 안 큰 것 같다고 동생에게 늘 미안해했다. 커가면서는 공부 잘하는 형과 비교당하고, 형 옷을 죄다 물려받아 입어서 새 옷을 입어보질 못했다. 옷에 한이 맺혀서 취직하고 월급 받고 한동안은 비싼 옷을 그렇게 사재 꼈다. 그리고 형이 죽어서는 형 역할까지 하라는 주위 친척, 지인분들의 말을 들으면서 엄청난 책임감을 부여받았다. 그때 나는 그런 소리 안 듣고 바깥으로만 돌며 살았으니 막내 동생에게 오롯이 책임이 전가된 셈이다.


간병은 나랑 아빠가 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은 동생이 거의 다 하고 있다.


엄마 수술비, 병원비, 보험도 안 되는 비싼 한약값까지 돈 천만 원은 쓴 것 같다. 그리고 이따금씩 생활비로 목돈을 안기고 간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버는 사람이 동생이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주고 그렇게 받는다. 자라면서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한 건 형과 누나인데, 정작 부모에 대한 경제적인 책임은 자기가 많이 감당하고 있으니 동생이 속으로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희한한 게 결국 클 때 말썽 피우고,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자식들이 실질적으로 효자, 효녀 노릇을 하더라고. 내 주위에서만 그런 건지도 모르고, 그렇게 대비를 이룰 때 더 기억에 남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자식이 속 썩이면 나중에 효자효녀가 되려고 하나 보네 생각하면 된다.


나는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밥 밖에 없다.


엄마가 동생에게 느낄 미안함과 고마움, 또 누나로서 내가 동생에게 느끼는 애잔함까지 더해져서 동생의 밥상을 차린다. 동생은 입맛에 안 맞으면 아예 손을 대지를 않는다. 동생이 젓가락이 많이 가는 곳이 어디인지를 관찰한다. 오늘 보니까 마늘종볶음이랑 땅콩조림, 조기구이를 잘 먹는다.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또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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