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무엇인가?

엄마가 아플 때 우리 가족의 사는 법

by 소요

언제 와?

금요일에 퇴근하고 바로 갈게.

응, 조심해서 와.


이제 동생이 기다려진다. 나날이 안 좋아지고 있는 엄마 모습을 동생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뭐하러 식구 수대로 모두 엄마 곁에 붙어서 힘들게 사나,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스트레스 덜 받게 한다고 한동안 오지 말라고 했던 동생을 이제 나는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대략 한 번은 동생, 그 다음은 남편과 딸이 번갈아 가며 오고 있다.


집에 안 쓰는 테이블이랑 의자 있는데 가져다 줄까?


그동안 나는 밥상에서, 식탁에서, 그리고 휴대폰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이제 제대로 된 내 책상이 생길 참이다. 토요일 아침 밥 하고 있는데 동생이 부스스 일어나 잠이 덜 깬 눈으로 책상과 의자를 조립하고 내 방에 자리도 잡아주었다. 조립식이라고 해서 기대 안 했는데 꽤 견고하고 예쁘기까지 하다. 새 살림 잘 들이지 않는 옛스러운 엄마 집에 어울리지 않는 가구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들뜬다. 반지르르한 테이블 위에 남편이 가져다 준 스탠드와 이래저래 쌓이게 된 책을 놓으니 제법 그럴 듯 하다.


아빠는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다. 예전부터 아빠는 동창회에 참 열심이다. 옛 동창생들 만나는 게 그렇게 좋을까? 아빠는 동창회에 가고, 나는 동생과 함께 엄마를 돌본다. 혼자는 못 엄마를 못 일으킨다. 아니 어찌 어찌 일으키더라도 욕이 나온다. 그만큼 힘들다. 나는 동생과 함께 엄마를 일으켜 세워서 휠체어에 앉히고, 욕실로 데려가서 목욕을 시킨다. 다 씻고, 옷 갈아입히고, 기저귀 채우고, 머리 말리고, 화장품 바르고 식탁으로 데려가 밥을 떠 먹이고 발을 마사지한다.


동생은 엄마를 만지는 일에 서툴다. 아기를 처음에 안을 때 그러듯 엄마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래도 이제는 동생에게 시킨다. 그렇게라도 엄마를 안아 보라고. 동생이 울까봐 걱정이다. 엄마를 만져 보면 엄마의 상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느낌이 확 온다. 몸의 어느 한 구석대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엄마, 말도 못하는 엄마, 결국 죽음으로 향하는 엄마. 하지만 동생은 울지 않았다. 그 속은 울고 있는지 몰라도.


우리가 같이 살았던 적도 있다. 우리 남매는 꽤 친하게 잘 지내기도 했지만, 둘이 대판 싸우고 남남처럼 헤어졌다. 그랬다가 잠깐씩 만나기는 했어도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이 살아보는 느낌은 오랜만이다. 내가 밥을 하면 동생이 설거지를 하고, 내가 엄마 밥을 먹이면 동생이 엄마 운동을 시킨다. 나는 삼계탕을 끓이고 동생이 고등어를 굽는다. 나는 청소를 하고, 동생이 쓰레기를 가져다 버린다. 내가 화장지가 떨어졌다고 하면, 동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그동안 베란다에 쳐박아 두었던 도토리 박스를 꺼내 동생과 함께 도토리를 깠다. 지난 가을 우리 가족이 주워 모아 엄마에게 가져다 주었지만, 엄마가 쓰러지는 바람에 방치된 해묵은 도토리다. 도토리를 까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고, 동생이 집에 간다며 일어섰다. 동생은 늘 갑자기 간다. 아빠는 운전하기 힘들게 이렇게 비가 쏟아질 때, 왜 어두워질 때 가냐고 중얼거렸지만, 나는 그냥 보내준다.


며칠 전 장에서 오이와 마늘쫑, 동생이 좋아하는 땅콩을 많이 샀다. 동생 오기 전에 오이부추김치, 마늘쫑멸치볶음, 땅콩조림를 해두었다. 삼계탕을 끓여먹고 닭죽을 끓여두었다. 이렇게 갑자기 가겠다고 하면 챙겨주려고. 동생 해먹이는 일에 열심이던 엄마 일을 내가 물려받았다. 엄마는 뭐든 바리바리 싸주려고 하고 동생은 안 가져가려고 하고, 늘 실랑이를 벌이곤 했었다. 하지만 동생은 나와 그러지는 않는다. 동생은 아무 말없이 내가 싸놓은 것을 챙겨가고, 동생은 돈을 주고 갔다. 말은 딸이 오면 용돈 주라고 하면서. 엄마 간병에 매달려 일도 못 하고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는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것이겠지. 동생이 가고 괜히 허전해진 마음에 방에 들어와 동생이 가져다 준 책상에 앉아 요즘 빠져 있는 과학 유튜브를 켜놓고, 동생에게 문자 보낼까 말까 하다가 못 보내고 있다.


나 혼자였다면 엄마 간병 못했을 것 같아.

우리가 함께 엄마를 돌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엄마도 좋았을거야.

힘들지만 우리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