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블루스 출 수 있을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엄마의 무게는 어느 만큼일까

by 소요

엄마 집에 완전히 내려오게 된 날, 나는 아빠와 엄마의 블루스 춤을 보게 되었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낯설던지, 무슨 불륜커플의 애정행각을 본 것처럼 낯뜨거웠다.


아빠는 엄마를 침대에 앉혀놓고 엄마의 두 손을 깍지 끼게 한 다음, 자신의 허리를 숙여 자신의 목에 두르게 했다. 그리고 하나, 둘, 셋, 하면 일어나는 거야, 하고, 엄마의 허리를 잡고 하나, 둘, 셋, 하면서 엄마를 일으켜 세운 다음, 한 발 한 발 걸어갔다. 엄마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한 열 걸음이나 될까. 그 거리를 걷기 위해 아빠가 고안한 방법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냥 뒷짐지고 뒤따라갔다. 그땐 엄마가 아빠가 리드하는 대로 발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웃겨서, 동네 사람들 여기 아침부터 춤바람이 났다는 둥, 더 붙어보라는 둥, 농담을 하곤 했다.


한두 달 후 엄마는 스스로 발을 떼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발을 버둥거렸다. 나는 이제 뒷짐을 풀었다. 엄마를 백허그해서 엄마 다리를 밀어주면서 아빠와 함께 엄마를 화장실까지 데리고 갔다. 꽤 자주 엄마가 방귀를 뀌곤 했는데, 뭐야? 춤추는데 예의가 없네, 하면 엄마가 까르르 웃곤 했다.


신경과에서 처방한 치매약을 먹기 시작하고 일주일 후 엄마는 깍지를 끼지 못했다. 깍지를 끼어줘도 스르르 풀리고 말았다. 엄마가 깍지를 끼지 못하자 나사 하나 빠진 거 마냥 3인의 블루스 자세는 흔들거렸고, 엄마가 잃어버린 힘만큼이 내 발목에 실리기 시작했다. 발목이 시큰거렸다. 그렇게 아팠다가도 쉬고 나면 괜찮고, 자고 나면 괜찮아지고 했다.


한여름을 지나면서 큰 고비가 왔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갈 만큼은 힘이 있었던 무릎이 굽어지기 시작했다. 그 무게만큼은 구조상 백허그를 하고 있는 내 허리에 실리기 시작했다. 엄마의 무게가 실린 내 발목과 허리에 무리가 된 것이 느껴졌고, 여기에서 더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멈추지 못했다. 속으로는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엄마의 무게는 어느 만큼일까, 불안하면서도 이거마저 못하면 엄마가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도 함께 엄습해 왔다. 불안과 불안은 꽤 오랜 시간 팽팽하게 대치했고, 전자의 불안이 승리했다.


결국 내 허리와 발목은 파업을 선언했다. 불안과 짜증과 화는 극에 달했고, 이러다 모두 죽고 말겠다, 그냥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우리들의 블루스를 멈출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엄마를 휠체어에 실어서 화장실까지 데려간다. 이상이 생긴 발목과 허리를 위해 나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몸을 사렸고 이제 거의 회복되어간다.


우리는 다시 블루스를 출 수 있을까?


모르겠다. 허리와 발목이 괜찮아져도 선뜻 다시 추겠다는 말은 못 하겠다. 아픈 것보다도 아픔을 참고 두려움을 숨기면서 여기저기서 삐져나오는 짜증과 화가 더 무섭다. 엄마가 다시 무릎을 꼿꼿하게 세울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불분명한 가운데 분명한 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 셋이 아침마다 블루스를 추었던 그 시간은 우리의 기억 속에 두고두고 남아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