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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Nov 26. 2024

나는 치매 걸린 엄마입니다 3

눈물

밖에서 우는 소리가 들린다. 내 딸 영서다. 영서가 숨죽여운다. 영서야, 왜 울어. 영서를 부르지도 영서에게 가보지도 못하고 눈물이 차오른다. 하긴 내가 이렇게 누워만 있으니 영서 속이 눈물 바다로 출렁일 것이다.


텔레비전 소리가 들린다. 영서가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걸 보는 것 같다. 우리말은 아닌 것 같고, 외국말이 들린다. 뭘 보는 걸까? 음악 소리에서 혼란과 불안, 두려움 같은 게 느껴진다. 우리 영서의 마음도 그런 거겠지.


아니다. 울어라. 영서야.  놓아 실컷 울어라. 그렇게 숨죽여 울고 있으면 엄마가  미칠  같다. 슴어서 울지 말고 엄마 앞에서 실컷 울어서  답답한 속을  수만 있다면 실컷 울어라. 나도 그랬다. 살면서 너무 힘들고 답답할  실컷 울고 나면  살아지고 했다.


사실 나도 매일 운다. 아니 울고 싶다. 내 속에는 매일 눈물이 차오르는데 흐르질 못하고 고여있다. 나는 매일 눈물의 바다에 잠겨있는 기분이다. 매일 질식할 것 같고, 곧 익사할 것 같다. 몸도 마음도 말도 눈물 바다에 잠겨 있는 것만 같다.


고여있는 물은 썩는다. 고름처럼 덩어리 지고 눈곱이 낀다. 영서는 눈곱이 낀 내 눈을 보면 답답해서 미치겠다고 난리를 치며 내 눈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눈곱을 떼어낸다. 영서의 손이 거칠다. 본래 성마른 성격에 평화로울 리 없는 마음이 합쳐져 나를 괴롭힌다. 아프다. 뜨겁다. 눈에서 불이 나고 눈물샘이 더 막히는 기분이다. 그만두라고 외치고 싶다. 내 몸이 학대 당하는 것 같다. 비참하다. 하지만 그 말은 나오지 못하고 자신을 방어하는데 무력한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영서가 묻는다. 엄마, 자? 아픈 걸 참느라 이를 악 무는 바람에 붙어버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영서는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내 눈에 차가운 안연고를 짜 넣는다. 스며든 연고가 갈 곳을 잃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 같다.


가끔 고여있는 눈물 저수지가 넘친다. 주로 밥 먹을 때 그런다. 차라리 흘러 넘치면 좋겠는데 겨우 눈물 한두 방울 또르르 흘러내린다. 영서가 묻는다.


엄마, 뜨거워? 매워?


영서는 내가 우는지 모른다. 뜨거워서 매워서 눈물이 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매일 영서가 떠먹여주는 국은 뜨겁다. 입 천장이 맨날 다 벗겨진다. 영서는 모른다. 내가 뜨거운 걸 잘 못 먹는다는 걸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뜨겁고 매운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내가 우는 건 영서가 해주는 밥을 받아 먹고 있는 게 너무 염치없고 미안해서 그런다. 나처럼 살지 말라고 없는 살림에도 손에 문 한 방울 안 묻히고 곱게 키운 내 딸 영서가 나를 해 먹이느라고 손에 물 마를 날 없다. 처음에는 좀 어설펐고 간도 안 맞았지만 이제 영서는 음식을 곧잘 한다. 그 덕에 남편도 잘 얻어먹고, 아들도 잘 얻어먹고, 나도 얻어먹는다. 하지만 그게 목에 넘어갈리 없다. 목이 멘다. 내 곁에 붙들어 놓은 게 너무 미안해서 밥이 넘어가지 못한다. 억지로 밥을 넘기려니 눈물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입에 넣어주는 대로 삼킨다. 내가 삼키지 못하면 영서가 안절부절 못하고 재촉한다. 내가 영서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영서가 차린 밥을 열심히 먹어주는 것이다. 그거라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고, 그거밖에 해줄 수 없어서 너무 슬프다.


영서의 울음 소리가 그쳤다. 텔레비전 소리도 안 난다. 다 울었나 보다. 영서 웃는 소리가 듣고 싶다. 웃음소리가 커서 옆에 사람을 놀라게 하던 그 시원한 웃음소리가 듣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재롱이라도 떨어서 영서를 웃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나는 영서를 울게 만들 뿐 웃게 할 수 없는 존재다. 내 딸 영서를 웃게 하는 유일한 사람, 우리 손녀, 홍시가 영서에게 전화 좀 해줬으면 좋겠다. 영서가 잠시라도 웃을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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