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게 되면 하고 싶어지는 마음
사람이 정말 웃긴 게 맨날 할 때는 지겨워 죽겠으면서도 맨날 하던 못하게 되면 그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거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허리가 묵직했다. 날이 흐려서 그런가, 눈이 오려고 그러나 허리부터 발목까지 찌릿찌릿했다. 그래도 아침 루틴인 아빠와 함께 엄마를 씻겼고 미리 끓여놓은 오리백숙에 아침을 차려서 엄마 먹이는 것까지는 했다. 식탁을 치우는데 허리가 욱신욱신 아프기 시작해서 설거지는 안 하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아빠가 일정이 있다며 나가고 나는 좀 쉬었다가 일어나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으로 엄마 휠체어 아래 요를 펴고 그 위에 엄마가 침대에서 쓰는 전기장판을 깔고 누웠다. 누워서 보니 거실 창밖에는 하늘만 보였는데 갑자기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눈이 오는 거였다. 그것도 세차게. 누워서 하염없이 눈 오는 걸 보면서 전기장판에 허리를 지졌지만 허리는 좋아지지 않았다. 이제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점심때가 되었는데 엄마 점심도 챙길 수 없었고, 엄마를 침대에 누이지도 못했다. 물론 무리해서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다가 큰 일 날 것 같아서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엄마에게 아무것도 못하니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영영 엄마에게 아무것도 못 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무서워졌다. 누워서 휠체어에 앉은 엄마를 올려다 보았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꾸벅꾸벅 잘 조는 평소와 달리 엄마는 오늘따라 졸지도 않고 관아에 끌려온 죄인처럼 축 늘어져 간간이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적거렸다. 날 찾는 것 같았다. 나는 누워서 엄마 손을 잡고 있는데 눈물이 났다. 우리 아가 아파서 어째, 하는 마음이 힘 없는 손으로 말하고 있었다. 엄마 먹어야 하는데, 오늘 엄마가 좋아하는 도토리묵 쑤려고 준비해놨는데, 누워서 엄마 밥상이 그렇게 차리고 싶어졌다. 너무 늦지 않게 아빠가 왔고 엄마를 아빠에게 넘기고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 또 눈 내리는 창밖을 본다. 밖에서 아빠가 엄마 밥을 챙겨 먹이는 소리가 난다.
못하게 되면 이렇게 하고 싶구나. 나중에 엄마 돌아가시면 엄마 밥상을 얼마나 차리고 싶을까. 그래서 제사상을 차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