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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 가는 길

이연중 /시

by 이연중


라싸 가는 길

이 연 중


황량한 황무지에 흙바람 불어온다 /

살갗 에이는 추위에 삼보일배 오체투지 /

맨땅에 이마 찧어 대지에 경배하고 /

히말리아 산맥 넘어 내세를 기원한다 /

파미르 고원 횡단하며 다음생 공덕 빌고/

삼보 일 배 오체투지로 고행길 넘어 가지만/

머지않아 소망도 욕심임을 깨닫는다 /

덧없는 이침이슬 모두 버리고 비워가는 길 /


라싸 가는 험난한 여정 /

부르튼 몸 지친 숨소리 바람소리 /

새까만 얼굴에 눈빛만 초롱하다 /

신의 은혜 짠짜라 수유차 한잔으로 /

눈보라 치는 호수 빙판을 가로지른다/


내 평생소원 은 오체투지 라싸 가는 일/

신을 향해 나를 비워가는 장엄한 불심은/

적막한 산 황량한 고원도 신의 축복이 된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고행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부처님 경배로 출발한 고행은 곧 나를 위한 수행이며 /

현세와 내세를 연결하는 고리라는 걸 /

오체투지로 몸과 마음 말을 모은 기도는 /

나를 찾는 무아일념 지극한 수행으로 /

연기법 넘어 대자유를 찾는 큰 서원이다/


가까워지는 라싸에 환희심 벅차고 /

평생소원 성취에 흘리는 눈물은 /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자신을 투영하는 것 /

철저하게 낮춘 오체투지 수행 의미는 /

한없는 존경과 믿음으로 불 법 승 三寶 를 받들어 /

생사윤회 끊기 위한 절실한 기도다 /


부처님 향해 바르게 두 손 모은 마음은 /

부귀영화 기원이 아닌 /

나를 비우고 나를 찾는 생의 여정 /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인가 /


조캉 사원 참배 후/

지친 육신 끌고 텅 빈 충만으로 돌아가는 길/

탐 진 치 (貪瞋癡) 삼독(三毒)은

본시 의지처 없는 덧없는 바람이었음을 깨달아/

소망도 연기처럼 사라진 자리 /

평화로운 마음에 한 소식 깃든다/


부처님 가르침은 경전에 머물지 않는다 /


한겨울 짧은 해 어디로 가는가 /

동서남북 사방팔방 해 뜨고 해 진다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같은 곳에 있고 /

대지는 누워서 하늘을 받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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