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중 / 시와 수필
흰 눈과 잠 잠 잠 (이 연 중)
흰 눈 펑펑 내리는 하얀 세상은 누구나 좋아한다
차분한 설렘 한가로운 그리움
눈송이가 좋은 소식 가져다줄 것도 같고
누군가 내게 안부를 물어오고 나도 안부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누구나 한 번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 내게 잘해줬던 친구 신세 진 사람 의도치 않게 가슴에 멍울을 주게 된 사람도...
다들 잘 지내지! 잘살고 있겠지...
흰 눈은 마음 넉넉한 착한 사람이 되게 한다
강원도 어디쯤 깊은 골 내키만큼 눈이 쌓여 인적 끓어지고 한가로운 집에 한 달만 갇혀 보고 싶다
책 한 보따리 베고 따끈한 구들장 바닥에 뒹굴며 고구마 홍시 동치미에 도토리묵 올챙이국수^^
실컷 자고 또 자고
내리는 눈처럼 푸~욱 빠져 깊게 자고 싶다
어렸을 적 먹거리 귀하던 시절에 우리 집은 유난히 제사가 많았다.
없는 살림에도 제사상에는 고기 생선 전 등 맛있는 음식이 많았는데 먹고 자야지 하고 잠들지 않으려 버티다 그냥 곯아떨어졌다
아침이면 어젯밤 맛있는 음식 못 먹은 게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지금은 먹을게 넘치는 세상이지만 음식에 관한 추억보다는 사실 세상모르게 꿀잠에 취했던 그 잠이 그립고 그립다
오늘밤도 선잠 자는 둥 마는 둥...
그렇치만 달리 생각하면 주어진 삶의 시간 내에서 그만큼 인생을 많이 사는 것 같기도 하니 이익 아닌가 하며 스스로 위로한다
죽으면 실컷 잘 텐데 뭐 하면서...
시골집 따뜻한 구들에서 깊은 잠자던 그 시절 그 잠처럼 정겨운 어느 산골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 나는 작은집에서 함박눈 포근한 이불 덮고 푹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