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결혼 4

남편의 반응

by 벗님

동갑인 우리 부부는 참 많이 다른데도 용케 올해로 결혼 30주년을 맞았다.

유아적으로 보일 정도로 단순한 남편은 자기중심적인 편이라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남 눈치도 안 보고 속 끓이며 살지도 않는 편이다.

나는 다소 예민하고 내 자유의지를 존중받기를 원하고 남의 지시나 참견을 싫어하고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 말에는 "응." 해 놓고 대답과 달리,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는 남편에게 내 잔소리가 심할 때가 많다.

아들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아가씨가 2살 연상이고, 아들이 이제 갓 입사한 상황이라 남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염려되었다. 내가 보기에 둘은 이미 마음이 깊고 누가 뭐라고 할 단계가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슬쩍 물어보았더니

"결혼은, 연애도 여러 번 해보고 몇 년 더 있다가 해야지."

한다.

아들이 좋다면 그만이지 당신은 싫은 내색 하지 마라, 이상한 말 하지 마라 등 잔소리를 한참 한 후에, 내가 여자친구를 소개받고 한 달도 넘어서 부부가 같이 만나기로 했다.

24년 4월, 우리 부부는 환한 햇살 속을 모처럼 정답게 같이 걸으며 부부란 공동 운명체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은 평소에는 잘 안 입는 정장을 입고 가자니 싫은 티를 내더니, 식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재킷도 벗고 넥타이도 풀더니 맥주를 시켰다. 술 먹을 사람도 없는데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기분만 좋으면 그만인 듯...

결혼은 빠르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가씨에게 대뜸 우리가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서 다 같이 살면 어떠냐고 물었다. 깜짝 놀란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가씨 앞에서 농담이라고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못 박았다.

아버지가 기분이 좋아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평소에도 우리 집에서 유머코드를 담당하고 계시다고..

남편은 사진도 넷이 찍자하고 흐뭇해하는 표정이다가 또 대뜸 카드 많이 쓰지 마라, 저축 많이 하고 대출은 많이 하지 마라 등 황당한 훈계를 시작했다.

얼른 자리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아들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며 자기도 아가씨가 며느리감으로 무척 마음에 든단다.

이럴 거면서 만나기 전엔 트집을 잡으려 했다니...

아빠 닮아서 사람 볼 줄 알 거라고 대꾸해 주며 우리 부부는 한 마음으로 봄날인 두 청춘을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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