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머님이라고 불리다니
아가씨는 갑작스러운 약속에도 과일박스를 선물로 가져왔다. 첫인사라 정성껏 준비하고 신경을 쓴 모양이다. 고맙지만, 이리 대접을 받는 느낌이 익숙하지는 않다.
집에 돌아온 잠시 뒤
"어머님, ○○예요."로 시작하는 문자가 왔다. 오늘 만남에 대한 감사 인사와 건강을 기원하고 다음에 또 뵙자는 내용인데 따뜻한 마음과 예의가 느껴졌다. 이것이 나에겐 대사건이다.
내가 '어머님'이라 불리게 되다니... 이런 일이 이리 빨리 생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도 모르게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내 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난 기분... 뿌듯하다.
부모로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리라 다짐하면서 아들을 믿는 마음으로 그녀를 믿기로 했다.
좋은 사람 옆에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좀 모자라도 아들이 좀 모자라도 서로 채워주며 좋은 방향을 보며 같이 걸어갈 수 있으리라.
'어머님', '어머님' 하고 자꾸 되뇌어 보게 된다. 나는 이제 '어머님'이 되어야 한다. 어른으로서 도와줄 수 있는, 배울 바가 있는...
엉망인 살림 솜씨에 제 멋대로인 일상이 부끄러움투성이다. 먼저 묵은 먼지를 떨어내고 집안 청소라도 해야겠다. 남편에게도 조금 더 다정한 목소리로 대접해 주어야겠다. '아버님'이 되실 귀한 분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