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딸이 오면 읽어보라고 줄 책
동기가 아끼는 첫 제자의 제자가 쓴 책이라며 소개해주어 읽게 되었다.
육아노트나 힘들게 살아낸 노년의 회고담 등으로 종종 접해본 책들을 떠올리며 별 기대 없이 펼쳐 보았다.
각각 노랑과 분홍으로 맞춘 수영모와 수영복을 착용한 모녀가 엄마는 앞표지에서 정면을 향해 눈을 감듯 활짝 웃고, 딸은 뒤표지에서 분홍뺨도 덩달아 꽃인 양 꿈을 좇는 눈동자와 함께 발그레하게 빛나고 있다. 그렇게 눈인사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모녀가 수영장에서 손잡고 지친 몸을 헹구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나는 그야말로 한평생을 노동에 절어 아픈 엄마의 몸을 제대로 바라보기가 두려웠단 생각이 들었다. 지난여름 복부 수술로 입원한 엄마를 돌보면서 병원에서 적나라하게 벗겨진 엄마의 몸을 대하곤 예측과 달리 정갈한 인상을 받아 안심하기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부모님의 그 모두를 다 알아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이 책에서 딸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위태로운 고비에도 한 걸음 씩씩하게 내딛는다. 수영장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엄마를 응원하며 따라간다. 용케 자기 속도를 유지하며 나아가는 엄마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초등학교만 나온 엄마는 공장, 병원, 식당 등에서 궂은일만 하다 부러지고 다치면서도 청소 일을 제일 잘하셨고, 또 인생은 재밌게 사는 거라 외치셨다.
서울대를 나온 딸은 그렇게 평생을 일한 엄마를 존경하며 엄마 없이 혼자 살 때라도 딱 엄마처럼만 살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수영장에서 사귄 친구들과 할머니들과 손잡고 제자리 뛰기를 하며 하하 호호 웃는 그대로...
명문대에 자녀를 보낸 열혈 어머니들의 교육담이나 그들의 비범한 노력과 특출한 재능에 오히려 기운이 꺾일 때가 있다. 이럴 때에 이 책은 평범한 우리 이웃과 손잡고 제자리걸음을 하여도 웃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훌륭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때로 부서지고 망가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
'기분이 좋아지는 일의 권위자'인 <엄마>처럼 삶의 기쁨을 찾아내고,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용기를 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