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시작하기 전, 나는 먼저 엄마의 역할을 마친다.
아침에는 아침밥, 저녁에는 저녁밥,
아이의 기분을 살피고, 함께 웃으며 논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함께 산다.
"엄마, 뽀뽀!"
"엄마 일하고 올게!"
방문을 닫고 그제야 나는 책상에 앉는다.
줌을 켜고 수업 자료를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이제는 수학 선생님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다.
엄마와 선생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두 이름 사이를 오간다.
어느 날은 수업 도중,
"선생님, 이 문제 너무 어려워요."
"모르겠어요."라는 말에
잠시 내 아이가 떠오른다.
'우리 아이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 아이가 이걸 배우는 날, 나는 어떤 설명을 해줄까?'
학생을 대할 때, 나는 항상 '엄마의 눈'을 함께 쓴다.
혼나야 할 순간에도, 나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상상한다.
'지금 이 아이, 기분이 어떨까.'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애쓴다.
아이를 가르칠 때, 그 아이가 누군가의 전부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반대로, 내 아이에게는 '선생님의 마음'을 얹게 된다.
"이건 너한테 꼭 필요해서 알려주는 거야."
"엄마가 말하는 것은 그냥 공부가 아니야."
아이에게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학생에게는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다음에 더 잘해보자."
"다시 한번 해볼까?"를 먼저 꺼내게 된다.
엄마와 선생님.
이 두 이름은 자꾸 섞이고, 때로는 충돌한다.
그 사이의 삶은 늘 분주하고, 자주 미안하다.
학생에게도, 내 아이에게도.
수업이 끝나면 설거지를 한다.
내일 아침 반찬을 고민하며, 내일 수업 슬라이드를 머릿속에서 정리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둘 다 나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모호한 경계가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 경계가 흐릿해질수록,
나는 더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엄마로서,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나로서.
완벽하진 않아도,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나를, 스스로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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