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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다는 말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춘다

by 수플혜

"아니야, 그건 틀렸어."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아이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말보다 먼저 상처가 닿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틀렸어."

이 말이 이렇게 빠르고,

강한 힘을 가질 줄 몰랐다.

사실, 그 말 속에

큰 악의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 한 마디를 '실패'로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말을 꺼내기 전에

잠깐, 멈추게 되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볼까?"

"이거 조금만 바꾸면 될 것 같아."

"이건 과정은 맞았는데, 마지막부분에서 다시 살펴봐."

이렇게 말하면

아이의 눈빛이 달라진다.

표정도, 생각도,

무너지지 않는다.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정답'이라는 선명한 기준을 긋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제

'틀림'을 가르치기보다,

'틀림을 견디는 힘'을 그들에게 길러주고 싶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걸,

틀렸다고 해서

너 자신이 틀렸다고 느끼지 않도록.


아이들이

내 수업 안에서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틀렸어'라는 말 앞에서

나는 오늘도 잠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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