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지마켓, 11번가, 옥션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후 고객 경험을 무기로 한 쿠팡이 치고 올라왔고, 이들이 시장을 점령해나가고 있을 때 하나의 카테고리만 판매하는 컬리, 무신사, 오늘의 집 같은 버티컬 커머스가 등장했다. 이 글에서는 쿠팡은 어떻게 기존 시장을 침투했으며, 다른 버티컬 커머스는 어떻게 쿠팡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쿠팡의 유저에 대한 집착은 많은 매체에서 분석하기도 했고, 우리가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지마켓은 플랫폼으로써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충실했던 반면 쿠팡은 두 플레이어 사이에서 구매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로 많은 유저를 확보할 수 있었고, 시장 지배력을 통해 판매자의 편익을 소비자와 플랫폼으로 돌릴 수 있었다. 구매자의 손을 들어준 정책은 아이템 마켓, PB브랜드, 로켓 배송을 들 수 있다.
1. 아이템 마켓
아이템 마켓은 동일한 상품이라면 가장 저렴한 것 하나만 보여주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100원이라도 비싸게 판매하고 있는 판매자는 고객에게 노출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앞선 판매자의 재고가 떨어지길 기다려야 했다. 또, 같은 상품이라면 내가 꾸며둔 상품 상세 페이지를 나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셀러에게 제공해야 했고, 리뷰 또한 마찬가지였다.
2. PB 브랜드
쿠팡은 스테디 셀러 상품을 직접 만들기 시작하면서 탐사라는 브랜드를 입혔다. 셀러 입장에서는 동원 샘물을 잘 판매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100원 더 저렴한 탐사수가 등장해 본인과 가격 경쟁을 하게 되었다. 판매자는 쿠팡과 동일한 공장에서 동일한 상품을 만들더라도 플랫폼에 제공하는 수수료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3. 로켓 배송
일반 판매자가 잘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로켓 배송으로 편입시켰다. 로켓 배송의 셀렉션이 늘어나면서 유저들은 로켓 배송 상품만 구매하게 되었고, 판매자들은 물류비 등의 수수료를 더 내야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편익은 판매자에서 유저와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소비자 친화적 정책이 통하지 않는 카테고리가 있다. 우리는 거의 유사해보이는 디자인의 검정 반팔티도 브랜드 마크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고, 실제로 해당 제품으로부터 얻는 효용이 다르다. 이렇게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경우 굳이 쿠팡에 입점할 필요 없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가꾸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플랫폼에만 선택적으로 입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니즈를 캐치한 무신사가 등장했고, 여성 패션에서는 지그재그가 등장했다. 무신사는 당연하게도 브랜드 위주의 커머스를 만들었다. 랭킹을 이용해 브랜드 위주의 화면을 구성해냈다. 그리고 어플 바깥으로는 판매자 지원 정책을 펼쳤다. 사무실 임대, 판매자 대출 등을 제공하면서 판매자를 키워나갔다. 무신사와 함께 커나간 브랜드가 하나 둘 생겨나면서 무신사는 하나의 기회의 땅이 되어 패션 카테고리 판매자들에게는 꼭 입점해야하는 플랫폼이 되었다. 무신사보다 약간 늦게 시작한 지그재그는 여성 쇼핑몰을 모으면서 적어도 앱의 구성에서는 판매자를 강조한다는 무신사와 동일한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남자는 무신사, 여자는 지그재그로 시장을 굳혀나가고 있었다.
무신사와 지그재그의 브랜드 위주 화면 구성은 인기 없는 브랜드에게는 기회를 받기 어렵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 문제에서 에이블리라는 기업이 탄생했다. 이들은 추천 로직을 통해 어떤 브랜드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들은 추천을 잘하기 위해서 찜이라는 기능까지 만들어냄과 동시에 브랜드 랭킹은 메인 화면에 잘 내놓지 않았다. 이런 전략의 결과로 에이블리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세 브랜드가 에이블리에 모이게 되었고, 인기있는 브랜드는 에이블리에 입점하지 않았다. 저렴한 상품이 모이자 10대들이 모였다. 유저들 인식에 10대는 에이블리, 20대는 지그재그가 각인된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에이블리에는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유저가 모였고, 모인 유저를 토대로 단가가 조금 높은 브랜드를 데려올 수 있었다. 새로운 브랜드로 다시 유저를 더 데려오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지그재그와 거의 동일한 셀렉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셀렉션이 동일해지니 유저는 탐색하는 방식에 따라 사용하는 플랫폼이 갈리게 되었다. 속칭 둘러보는 유저는 에이블리에 정착하게 되었고, 목적 위주의 쇼핑을 하는 사람은 지그재그와 무신사로 나뉘게 되었다. 유저의 탐색 방식이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라 여러 앱을 교차 사용 하는 경우더라도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또는 에이블리와 무신사로 갈리게 되면서 에이블리는 여성 플랫폼에서 1등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안다는 듯이 기존 플랫폼의 공식대로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과하게 부과하거나 PB 상품을 만드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많은 유저를 대상으로 카테고리 확장과 광고 사업을 붙이는 등의 새로운 BM을 마련해 23년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커머스 사례로 살펴봤듯이 시장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주는지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반복된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만들어 셀러 친화 정책에서 멀어지고 있다. 컬리는 프리미엄 푸드 셀렉션에서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은 양파, 대파 등 셀렉션을 가져오면서 마켓 친화 정책을 취하는 것보다 유저 친화 정책을 취해야하는 상품으로 넘어오고 있다. 어딘가에선 에이블리를 무너뜨릴 전략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그 전략이 메타나 유투브가 하고 싶어하는 인플루언서 쇼핑몰이 될 수도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AI 기업일 수도 있다. 당신이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면 PO를 찾아가 시장과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물어보라. 그것만으로 팀의 성공 확률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