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출간된 크래프톤 웨이의 표지에 적어둔 문구, 우리는 빠른 추격자가 아닌 최초의 선도자가 되길 열망했다는 한 명의 유저로써도, 한 명의 PO로써도 공감하는 말이었다. 크래프톤은 배틀 그라운으로 성공한 회사지만 테라 온라인의 논타게팅 RPG에 대한 믿음과 실행까지 과정이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스킬을 발사할 때 결과가 정해진 것보다 날아오는 것을 보고 피할 수 있으면 더 재밌다는 철학은 이전 게임사에서 많이 활용되지 않던 방식이었고, 선도자가 되기 위해 철학을 밀고 나간 모습이었다.
스타트업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등장하는 세대가 있고, 그 세대 안에서 승자가 정해질 때까지 경쟁한다. 이 경쟁의 승자는 한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한국에는 카카오톡, 야놀자, 쿠팡, 배달의 민족, 토스 등이 있다.) 그러다 이들에게 도전하는 새로운 선도자가 등장한다. 문제 정의나 실행 전략이 좋지 않아서 아류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선도자가 등장하고 기존 업계를 뒤집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니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되길 열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 업계 관행을 무시할 수는 없다. 쿠팡이츠가 배달의 민족에 도전할 때, 한집만 배달해서 더 빠르다는 슬로건을 걸고 나왔을 때, 라이더나 음식점이 부족했다면 혹은 음식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면 배달의 민족과 경쟁조차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당시 고객들은 요기요까지 해서 너희끼리 많이 경쟁해야 우리가 많은 이득을 본다고 말하면서도 두세 개의 앱을 동시에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쿠팡이츠는 배달 속도에서는 선도자였지만 추격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배민은 한집배달이라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추격자를 물 먹였다. 쿠팡이츠가 추격하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유저들은 우리 생각만큼 쉽게 움직이지 않는데, 기존에 쓰고 있던 플랫폼의 UI에 익숙한 것도 있고, 금방 따라 할 수 없는 장점이나 멤버십 등으로 락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1등은 더욱 공고해지는 경향이 있다. 1등은 조금 실수해도 너무 많은 편의성과 유저들의 관성으로 인해 유저들이 쉽게 떠나지 않고, 실수를 다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일례로 인스타그램은 스냅챗이 하루가 지나면 사라지는 게시글 기능을 만들어 유저를 확장해 나갔을 때, 4억 명이라는 유저로 1년이라는 시간을 버텨냈고 이후 스토리 기능을 추가해 스냅챗의 추격을 가볍게 차단했다.
이제는 추격자로서 시장 파이를 나눠먹는 전략과 동시에 선도자로서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PO들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통하는 전략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통찰과 실행력, 그리고 그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까지 찾아내야 하는 난도 높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