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배민 한명수 CCO가 과거를 회상하며 했던 이야기 중 자기는 항상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퇴사하면서 '당신 그렇게 살지 마' 같은 말을 듣곤 했는데 이 문제를 아내에게 말하니 그 직원 말이 맞다고 말했단다. 그래서 뭐부터 고칠까? 하고 물어보니 아내가 말 앞에 '이 씨'부터 하지 말라고 그거 무섭다고 했다. 한명수 님은 자신이 그렇게 말하는 줄도 몰랐다고 왜 아무도 나한테 이런 말을 안 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니 아내가 '팀원들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래'라고 했다고 한다.
피드백은 기본적으로 사랑이 있는 상대에게 줘야 한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세 가지 원칙을 두고 피드백을 준다. 첫째는 나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고 비난의 목적 없이 줘야 하는 피드백이어야 한다. 둘째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줘야 한다. 마지막 셋째는 부작용이 팀에 악영향을 끼치기 전에 줘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원칙은 앞의 두 가지 원칙의 예외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정말 많은 피드백을 줬다. 1) 지금 토론에서 논의 방향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을 향하고 있어요. 2) 제가 드린 일은 하루 길면 이틀 정도 걸려야 하는 일인데, 사흘이나 사용하셨어요. 이럴 땐 미리 공유를 해주셨거나 야근을 해서 일정을 맞췄어야 해요. 3) 업무 역량이 작년과 달라지지 않았어요. 결재해 드릴 테니 퇴근하시고 인터넷 강의 한 시간씩 들으시면 될 것 같아요. 4) 목표 없이 일하고 있으신데, OO을 목표로 삼고 개선해 보는 건 어떤가요? 같은 말들 말이다. 이런 피드백을 드려도 개선이 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 안 좋은 평가를 드리게 되고, 역량이 부족합니다 같은 말을 해야 한다.
부정적 피드백을 주는 건 항상 어렵다. 누군가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건 인간의 본성과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 이전에 수많은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해 보면 사흘이나 걸릴 일이기도 하고, 이미 좋은 목표를 세우고 이런저런 액션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나도 잘못 알고 있었다거나 상대방 직무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하면서 피드백 주기가 망설여지기도 하는데, 우리는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너 지금 잘못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러면 나와 상대방 중 한 명은 무언갈 배운다. 그리고 상대방도 사람인지라 나와 같이 업무 중에 실수하거나 놓치는 것들이 있다. 10년 차 개발자에게 지금은 코드 퀄리티가 아니라 속도에 신경 써주세요 라거나 반대로 속도도 좋지만 퀄리티에 신경 써주세요 같은 말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에 대한, 상대 직무에 대한 이해가 쌓여 간다.
또한, 실의에 빠져있는 상태인 상대를 찾아가 이러이러한 점이 잘못된 것 같아 라는 피드백을 주는 건 좋지 않다. 어차피 내 말이 잘 들리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하는 말에 귀를 닫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피드백보다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다만 이게 리더에게 하는 피드백인 경우에는 언제든지 해도 된다. 그들은 그럴만한 권한과 돈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피드백을 받을 때 좋은 자세는 일단 감사하다고 하고, 수용할지 여부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피드백이 비난의 목적이 아니라면 당신의 성장을 위한 일이고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것에 대해 반박하고 화내면 상대방은 피드백 주기를 멈출 것이다. 실제로 나에게 피드백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한 구성원이 있는데, 어차피 당신은 고칠 게 많으니 꼭 내가 말한 것을 먼저 개선하지 않아도 된다며 귀스타브 플로베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귀스타브는 불륜 소설인 마담 보바리를 출판하기 전 지인들을 모아놓고 책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당시 시대적 배경에 불륜 소설을 내면 세상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귀스타브는 알겠다고 한 뒤 몇 달을 고민하고 그대로 출시해 버렸다. 그리고 마담 보바리는 역사에 남는 세계 문학이 되었고, 귀스타브는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피드백을 듣는 것은 청자의 자유임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