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시선
어떤 소설에 읽은 이야기다. 여자가 남편에게 BBQ파티에 참석한 다른 여자들 의상을 봐달라고 부탁한다. 남편은 슥 보고와서 다들 캐주얼하게 입었다고 대답했다. 여자는 속으로 같은 색상의 옷을 입지 않기 위해 물어봤는데 도움이 되자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둘의 결혼 생활은 아마 수십년동안 비슷한 대화의 반복이었을 것이다. 어쩌다 운좋게 의도에 맞는 답변을 하면 오늘은 센스 있었다고 생각하고, 의도와 다른 답변을 하면 수십 년을 살아도 여자 마음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피드백이 없으니 남자는 알아서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이런 피드백을 잘 하는 편이다. 모든 일에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밥을 얼마나 푸면 되는지, 에어컨 온도는 몇 도로 맞추면 되는지 등 간단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중에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몸무게에 비례한 식사량이라거나 서로가 느끼는 적정 온도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서로를 알아갈수록 사소한 대화는 불필요해진다. 알아서 밥을 푸고, 알아서 에어컨을 켠다. 결혼하면 안정감이 생긴다는 말에는 이런 예측 가능성도 포함된 이야기일 것이다.
안정감이 생기면 둘 중 하나이다. 더 깊은 대화를 하게되거나, 더 이상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우리 부부는 아직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대화를 하지 않는 길로 가길 바라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더 다양하고 깊게 대화할 수 있을까? 위에서 예로 들었던 공깃밥에 대해서 더 깊게 이야기하려면 상대방의 건강을 챙겨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상에서 건강을 챙겨주려면 지식도 필요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식도 필요하겠지만 요즘처럼 지식을 얻기 좋은 세상에선 검색 잠깐 하거나 상대방을 위해 누군가를 만나보는 것으로 또 다른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감과 별개로 매번 새로운 주제를 찾아내는 것도 건강한 방향이다. 우리는 강아지가 생기면서 대화의 폭이 넓어졌고, 강아지로부터도 많이 배우고 있다. 그리고 곧 아이가 생기니 똑같은 이유로 부부간 대화의 범위가 강아지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언젠가 아이들이 우리 품을 떠난 뒤에도 같이 대화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같이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하나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30년 뒤에도 블로그를 같이 쓰고 있을 수 있을까? 무엇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아내가 하자고 하면 일단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