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2005년생에게 배우기

by 도삽J
엄마!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고 하잖아.

나는 그 말이,

내가 밥 먹고 있을 때는 개도 나를 안 건드린다. 그러니까 개보다 나은 인간이라는 당신이 왜 나를 건드리냐? 라는 뜻인 줄 알았어.



주방에서 떠드는

스무 살 아들의 말에 헛웃음이 났다.


아들아!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밥 먹는 행위가 중요하니 하찮은 미물인 개라도 식사 중에는 건드리지 않는다. 이 말이지. 난데없이 네가 왜 밥을 먹어? 그리고 개가 왜 널 건드리냐?



문을 연 채로 욕실을 정리하던 내가 툴툴댔다.


주어가 없고 중의적이라니까

6:4 비율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꽤 된다고요.

‘밥 먹을 때’ 하면 내가 밥을 먹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잖아. 엄마는 안 그래?

아들은 욕실 문 앞으로 바짝 다가와서 말한다.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하다 잠시 멈추고 생각한다.

이제껏 한 번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표현이다.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 안 해봤어!

너, 자기중심적이네. 개가 식탁 가까이 있는 설정이고.

난 ‘밥 먹을 때’ 하면 개가 밥을 핥아 먹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아들이 말을 잇는다.


그리고 개가 밥을 먹는데 왜 건드려요?

난 밥 먹는 개를 건드릴 생각 자체를 못 해봤는데.

개가 예전에는 막 건드려도 되는 존재?

요즘 개들을 보면 상상이 안 되는데.


듣다 보니 내가 경험한 개와 다르다.


이거 세대차이냐?

지금이야 개이득 개꿀 등 긍정적인 접두사로

강조할 때 ‘개’가 쓰이지만

과거에는 ‘개’ 들어가면 부정적 의미였지.

인간 기준에서 개는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이었는데 그런 개라도 지켜준 ‘밥 먹을 때’!!!라고“


눈을 크게 뜨고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아~그러니까 알겠다.

개는 함부로 막 대해도 되는 대상이었고 예외적으로 밥 먹을 때는 안 건드린다는 뜻?

나로서는 개를 대하는 기본 전제가 다르니까 그런식으로 생각을 못 했지.

평상시에 개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 있었네!

나처럼 해석하는 경향은 개의 동물권이 보장되면서부터 두드러지지 않았을까 싶긴 함.”

아들의 태도에서 뿌듯함이 엿보인다.



처음에는 어이없다고 생각한 입씨름을 하다가 배운다. 2005년생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고. 이러나저러나 결론 : 식사 중인 생명체는 방해하지 않기로!



견(犬)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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