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담벼락에 붙어있는 ‘테니스 회원 모집’이라는 프랑에 자꾸 눈이 갔다.
주말에 같이 테니스를 치자는 지인의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저는 체육 시간에 포핸드 백핸드 배운 게 다라서… 그것도 오래전이라… 같이는 안될걸요. “라고 했는데, 잘 치는 친구가 함께할 거라서 배우면 된다고 했다. 라켓이랑 다 알아서 준비할 테니 편하게 오라고 했다.
약속한 날이 되었다. 두 사람 치는 거나 보던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갔다. 어느새 내 손에는 라켓이 쥐어졌고 나는 코트 앞에 서 있다. 지인의 친구가 서브한 공을 어찌 쳐 냈다. 탁! 하고 넘기자, 순식간에 탁! 하고 다시 코트를 넘어온다. 받아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정쩡한 자세와 멘털로 같은 상황을 반복해서 맞고 있다. 게임은 어림도 없다. 게다가 테니스 줄을 직접 교체하는 지인의 친구는 프로다. 공으로 얻어맞는 기분이다. 내가 놓친 공이 창피함이 되어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초면에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테니스를 권한 지인을 바라보는 내 눈이 말했다. ‘내가 안될 거라고 했잖아요!‘
그날 이후 약간의 오기가 생겼을까?
매번 불편한 기분으로 ‘테니스 회원 모집’ 프랑을 지나치던 어느 날 마음을 먹어본다. 그래, 테니스, 한번 배워보자. 회원도 많고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연륜 있는 코치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1개월 등록을 했다. 레슨 첫날엔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고 칭찬도 받고 순조로운 시작이었다.
두 번째 레슨 날에 코치님이 내일부터 당분간 다른 코치가 레슨 할 거라고 했다.
선수들을 데리고 체전에 나가야 하는 게 이유다.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코치의 아들로 보이는 대학생이 새 코치다. 교수법이 완전히 다르다. 그곳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초보가 공을 못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노년의 회원님들은 불편함을 대놓고 표현했다. 신경을 끄면 될 일인데 지켜보면서 공을 칠 때마다 추임새를 넣는다.
”잘 쳐야지이! 어허~ 똑바로 쳐야지! 이쪽 말고 가운데로오~“
누구보다 똑바로 치고 싶은 1인이었다.
한두 명이 지켜보다가 그분들의 추임새 소리가 커지면서 관객도 늘어난다. 어떨 때는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멈춰서 대여섯 명이 구경한다. 우측 끝에 서서 훈수를 두는 입과 시선들이 따갑다. 레이저처럼 쭉 온다.
저 아세요? 제발 상관 말아주세요. 여러분이 계셔서 공이 더 안 맞아요,라고 되쏘고 싶었다. 안다. 신입을 향한 관심, 호기심, 오지랖이며 텃세다.
새 코치는 바쁘다고 하면서 레슨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워졌고, 수업도 점점 짧아졌다. 한 달이 끝나갈 무렵 원래 코치가 다시 왔다. 기초를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코치가 바뀌면서 두서없이 시간만 갔다. 두 코치는 서로에게 배웠을 거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넘어가는 게 많았다. 이리저리 휘둘린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 달은 등록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테니스 치마도 안 어울리는데 뭐.
모두 15년 전의 일이다. 요즘 실내 테니스장이 주변에 생기는 걸 볼 때면 그때가 떠오른다. 나의 수박 겉핥기식 배움에서 테니스는 수박 줄무늬에 자극받아서 수박 통을 한번 두드리고 만 종목으로 남아있다. 내 귀에는 통통 소리가 안 나고 깡깡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