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Never say never)

어쩌다?길냥이 입양

by 도삽J
절대로 안 돼! ’over my dead body‘ 까지는 아니지만 너 독립하면 그때, 네 공간에서 너의 책임하에 OK?

엄마, 처음에는 엄마들이 다 반대해도 막상 데려오면 더 예뻐하게 된대!

아니! 엄마는 그런 사람 아니야. 쓸데없는 기대 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응?

말이 쉽지. 먹이고 치우고 병원 데리고 다니고 생명체를 책임지고 돌보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 알아서 하긴 뭘 알아서 해? 고1인 네가 시간이 있어? 돈이 있어? 다 내 일이지.

최대한 협조하고 분담하면 안 될까?

택도 없는 소리 하네. 가뜩이나 우리 비염 있는데 털 날리고. 냄새나고. 사룟값 모래값 기타 등등 여행도 못 가! 안돼! 우리 집에선 불가. 참, 아들들은 혼자 키우다 군대 갈 때 맡기고 간다더라. 키워도 군대 다녀와서 키워.

아들은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르고, 키워본 적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는 나는 안 되는 이유만 수만 가지다. 남편도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아들의 절친 엄마는 랙돌, 브리티시 쇼트헤어, 먼치킨 등 인물 좋고 혈통 있는 냥이들 위주로 분양업을 했다. 아들 생일 선물로 한 마리 주고 싶다고 했고 난 머리를 내저었다. ”희망고문 안 돼요. “ 그렇게 고양이 입양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2년 후, 발레학원 건물 계단에서 아픈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고, 원장님이 병원으로 데려갔다는 얘기가 한창이었다.

수의사에게 “상태가 너무 심각하면 편히 보내줘도 되요” 하니 “감기에 걸렸지만 심장 소리도 좋고 아무리 길고양이라도 저희 양심상 그렇게 할 수는 없죠.” 해서 데리고 왔다는 얘기다.

원장님 집에는 이미 애완동물이 포화 상태라 입양할 사람을 물색 중이라고 했다. 나는 상관없는 일이니, 건성으로 듣고 지나쳤다. 며칠 후 발레 수업이 끝나고 가려는데 원장실에 아기가 와 있다고 한다. 아가를 보려고 들어갔는데 안 보였다. “애기가 잘 숨어요. 작아서 찾기도 힘들고. “ 아! 사람 아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여럿이 달려들어 찾았더니 틈새에서 까만 새끼 고양이가 나온다.


작다. 생후 6주에서 8주 정도로 추정한다. 일단 까만색이 눈길을 끈다. 그래서인지 ‘까미’라고 부르신다. 눈빛이 너무 애기다. 얼굴도 귀염 상이다. 이따금 머리를 갸우뚱한 상태로 살짝 기울이고 있다. 감기 후유증인 것 같다고 한다. 회원 한 분이 2주간 임시 보호를 해주어 건강도 되찾고 밝아졌다고 했다. 까미가 워낙 작고 귀여워서 임보를 원하는 분들은 더러 있지만 그러다 보면 분양 시기도 놓치고, 암컷인데 아직 어려서 중성화 수술도 안 되니 밖으로 돌려보내기엔 위험하다. 이런 이유로 까미를 입양할 보호자를 찾는 중이다.

옆에서 “언니가 데려가서 키우세요.” 한다.

나? 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자기가 키우지 그래?”

“우리 집에 한 마리 있어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요.”로 시작해서 고양이의 장점을 나열한다.

희한하게 까미를 자꾸 보게 된다. 신기하게 쪼그만 아기가 놀다가 알아서 모래를 파고 그 위에 볼일을 보고 모래로 덮는다. 신통하다. 놀다가 물도 사료도 알아서 먹는다.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아! 이 아가를 30분째 보고 있다. 어쩌지? 이제 상관없는 남의 일이 안 될 거 같은데…

까미 사진을 한 장 찍어서 아들과 남편이 있는 단톡방에 올렸다. 아들은 너무 귀엽다고 성화다. 남편은 무슨 상황이냐며 뜬금없이 족보 혈통 운운한다. 옆에 있던 회원에게 남편이 출신을 묻는다고 하니 “스트릿출신이죠. 요즘은 스트릿출신이 대세예요.” 남편은 이번에는 “나중에 감당해야 할 슬픔이 힘들 텐데” 하더니 “머, 두 사람이 원하면 나도 오케이“ 한다. 내 마음이 꿈틀꿈틀, 이렇게 작은 새끼라면 내가 어찌 감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홀린 듯 입양을 결심하게 되었고 식구가 되었다.




난생처음 인간이 아닌 털 달린,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동물과 산다.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심심해하면 놀거리도 물색한다. 가끔은, 사실 꽤 자주 나와 아들은 우리 집에 등장한 이 작고 신기한 새 생명체에게 먼저 놀아 달라고, 같이 있자고 부탁한다. 좀 치근덕, 뭐 들이댄다.

절대 있을 수 없을 거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인생에서 ‘절대로’라는 표현에 신중해진다. 이제 ‘절대로‘라는 말 함부로 못할 거 같다.

아들은 이게 본인이 진입장벽을 낮춰서 가능했다며 자기 덕이라고 하는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수키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많이 달라졌다. 주인이 일터에서 죽은 줄 알 턱이 없는 개가 매일 기차역에서 퇴근하고 돌아올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이 주르륵. 이런 날이 오다니.

수키가 아니었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그것이다.

*full name : 김 카뮤 수키(Sukki Camille Kim)

까미의 느낌을 살린 불어와 일어 すき와 유사하며 장수를 기원한 한국적인 이름
(고양이라고 미들네임 못 가질 이유 없으니!)

* 우리 집 프로 참견러, 참석러
* 놀아달라 강력히 요구하는 나의 빚쟁이
* 덤빌 땐 깜패(까만 깡패)
* 보통은 이뿐스키, 이뿌니, 따알
* 말썽 부리면 이노무시키
* 병원에선 김숙희


공손 수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