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제 결정은요. 당연하게도!
오로라 투어는 내 오랜 소원이었다.
하늘 저 끝까지 아스라이 일렁이는 오로라의 물결을 꼭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연차만 나오면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예전부터 오로라 스폿에 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해 놨었다.
가장 유명한 노르웨이와 캐나다 옐로 나이프. 가게 된다면 꼭 이 두 곳 중에 한 곳을 가리라.
하지만 캐나다는 당장 떠나기로 마음먹은 시기엔 오로라가 발현되지 않는 기간이었고 선택지는 어쩔 수 없이 노르웨이가 되었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해 걱정이 앞섰지만 당장의 주머니 사정이야 어찌 됐든 중요치 않았다.
그저 빨리 버킷리스트 하나라도 완수하고픈 마음에 노르웨이로 가는 항공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음만 앞서서 간과했던 사실이 있었다.
코.로.나.
전 세계적으로 항공편이 대폭 축소되고 휴항 노선이 많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아…‘
잠깐 동안 좌절했었지만 나에겐 또 다른 버킷리스트가 있지 않았던가!
바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은 가톨릭 신자 등, 기독교 쪽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겐 익히 유명한 곳이었다. 후일담으로, 코로나 시작되기 전 유명 연예인들이 나와 숙소 운영을 하는 TV프로그램이 크게 인기를 끌며 종교를 떠나서 많은 한국사람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고.
나는 그 유명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알게 됐던 건 방송이 방영되기 한참 전에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잠깐 보게 된 찐 오리지널 여행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엔, 간단한 뒷산 정도 몇 번 오르는 수준이라 가방을 메고 걷는 트레킹 쪽엔 아예 흥미도 없기에 ‘아~ 이런 곳도 있구나! 신기하네?’ 하곤 다른 채널로 돌려버렸다.
코로나 휴직은 초반엔 순환 휴직 구조였다.
예를 들어 삼 개월 일하고 삼 개월 휴직하고 후엔 두 달-두 달, 한 달-한 달. 코로나 기승의 추이에 따라 기간이 달라졌다.
순환 휴직을 마치고 다시 비행하러 복귀했을 때, 함께 비행을 간 적은 두 번 미만이었지만 종종 오가며 얼굴을 알고 있던 후배와 오랜만에 비행을 했었다.
내 기억 속의 그녀는 분명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살짝 피부가 탄 느낌이었다. 그때는 한창 코로나 기간을 틈타 해외 한 달 살기 뭐 그런 게 유행했었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이 후배님이 순환휴직기간 동안 분명 동남아 어딘가를 다녀왔겠거니 추측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루피 씨, 피부가 좀 탄 것 같은데 순환휴직 때 어디 다녀오셨나요?‘
‘아! 사무장님 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왔어요! 그런데 간지 일주일 만에 코로나가 심해져 숙소들이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이 중단하고 돌아왔습니다. 코로나 끝나면 다시 꼭 가보려고요!!! 너무 좋았어요!! 나중에 사무장님도 한번 꼭 가보세요!‘
그녀의 대답은 상당히 의외였다.
스페인이라니? 다들 발리에 가서 서핑 클래스를 듣는다거나 필리핀에서 스쿠버 자격증을 따고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스페인이라니!
그렇다. 오로라 투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되자 내 머릿속을 스쳤던 건, 비행 몇 번 같이 해보지도 않았던 후배와 짧은 대화 속 주제였던 산티아고 순례길.
‘유! 레! 카!!!!!!’
내입에선 유레카가 진짜 육성으로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