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전진하라!
코로나가 터지기 전, 후배와 대화를 했던 날. 퇴근길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검색했더니 구닥다리 느낌 낭낭하지만 근본 있는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아마 지금도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정보는 그곳이 무얼 하는 곳인지, 시작점부터의 총거리는 얼마정도 되는지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러 루트가 있으며 대표적인 길은 프랑스에서 시작하는 프랑스 루트다. 총거리는 779km, 여정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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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얼마였더라. 세상에, 완주하는데 거의 한 달이나 걸린다고? 신청했던 연차가 나오네 마네 하는데 한 달을 쉬는 건 절대 절대 무리야. 흥미롭긴 하지만 내 상황에선 정말 불가능해. 다음생에 천운을 몰아 써서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나면 그때 가보지 뭐.‘ 라며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그렇게 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쳐 지나가는 짧았던 망상? 꾸지도 못하는 꿈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별로 원치도 않는 휴직을 하고 있을뿐더러 들쑥날쑥하지만 휴직 기간도 긴 상황이었다.
’한 달? 아니 두 달이 걸려도 이제는 갈 수 있지! 난 일자리가 보장된 반백수니까!!!!‘
오로라 투어에 대한 실망과 미련은 연기처럼 사그라졌고 탄력 받은 김에 최대한 빨리 알아보자는 생각이 절대적이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느끼는 설렘이었다.
어둡고 우중충하기 이를 데 없는 일상을 보내다 모처럼 생기가 돌게 된 것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목적의식이 중요하다 외쳐대고 자꾸 무언갈 하려고 뽀작뽀작 대는 이유가 이런 것이었던가!
스카이스캐너를 켜 항공권 검색부터 시작했다.
일단 검색하기 전에 좀 난항을 겪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스페인으로 가야 하는지 프랑스로 가야 하는지 헷갈렸었다. 그렇지만 ’ 오로라 투어 가능 항공편 없음 사태‘를 겪은 후라 어디든 그곳 근처만 가자는 생각이었다.
오 이런!!!
대한항공 직항이 프랑스 파리로 가는 직항이 주 2회였나 3회였나 운항 중이었고,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로 가능 항공편 또한 주 2-3회 운항 중이었다.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대한항공 직원티켓 이용이 가능하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나는 프랑스 길을 걷기로 했으니 프랑스로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기 보단 지도상으로 보았을 때 바르셀로나는 거리가 좀 멀어 보였고 마드리드는 별 흥미가 없어 한 번도 안 가봤으니 조금 꺼려졌고 그나마 몇 번 다녀와서 익숙한 파리로 들어가는 게 심적으로 더 편한 기분이었기에.
그래서 나는 인천-파리로 결정!
근데 ‘파리’라니? 산티아고의 프랑스 길 시작점은 파리가 아닌걸?
'Saint-Jean-Pied-de-Port' 이건 뭐라고 읽어야 하는 건지?
프랑스에 지리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파리, 니스 그리고 와인이 만들어지는 나라? 정도였다. 심지어 파리와 Saint-Jean-Pied-de-Port는 저~~~~ 어~~~~~기~~ 서울-부산만큼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면적자체가 한국이랑은 비교 불가 수준이니.
순간 내 앞이 거대한 벽 하나가 터-억 하고 떨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난 승무원이다!
웃픈 이야기지만 몇 년 전 혼자 체코 프라하 여행을 대한항공 직원티켓을 이용해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자리가 없어 프라하-프랑크푸르트(체코에어), 프랑크푸르트-인천(대한항공) 신공을 펼쳐 원하는 날짜에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던 내가 아니던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물어뜯기 전법을 썼다.
EU안에선 웬만하면 항공권 가격이 그렇게 무시무시 한 정도는 아니라 알고 있었기에, 내가 아주 애용하는 구글맵을 켜서 생장( Saint-Jean-Pied-de-Port을 줄여서 말하겠다.) 근처에 공항을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요 녀석. 바욘? 비욘?’
바욘이라는 곳에 비아리츠 공항이 있었다.
그리고 바욘과 생장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꽤 만족스러운 검색 결과를 얻어내자, 다 메말라 나오지도 않을 것 같았던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