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산을 넘을 방법을 찾아라!
까.친.연 카페에 도움을 요청코자 올렸던 내 문의글엔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댓글은 가성비 좋은 적당한 무게의 구스 침낭!
인터넷에 해당 모델을 찾고 또 찾아 제법 좋은 가격으로 구매에 성공했다. 배송을 기다리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떠나는 것이 슬슬 실감 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 추위를 해결하는 방법은 침낭과 휴대용 전기장판으로 끝냈다.
다음 관문은 바로 배낭이었다!
검색해 보니 오스프리라는 배낭이 주류인 듯했다.
현재의 나는 생활함에 있어 금전적으로 부담이 거의 없는 상태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의 난 그렇지 않았다.
오스프리 백패킹 배낭은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참 멋진 배낭이었다. 멋들어진 방수커버가 달려있는가 하면, 수낭을 채워 걷는 중에 언제든 수분 충전이 가능한 기능도 있었고, 배낭만 만드는 브랜드라 인체공학적 설계 토르소 어쩌고,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블라블라 꽤 많은 매력을 가진 배낭이었지만! 선뜻 구매하기엔 20-25만 원의 큰 투자가 필요했다.
주변에 캠핑, 백패킹을 취미로 하는 친구들에게 배낭을 빌릴 수 있을까 도움을 요청했다.
하. 하. 하.
일단 캠핑을 주로 하는 친구들은 차박을 많이 했기에 배낭이 필요치 않았다. 백패킹이 취미인 친구들은 텐트, 취사도구, 침낭 등등 괴나리봇짐처럼 배낭에 다 넣고 다니는 기인들이었기에 내가 원하는 35-45L의 용량을 가진 친구들은 없었다.
배낭을 빌리며 솔직히 말했더랬다. 배낭은 필요하지만 금전은 여의치 않다고. 그러자 그중 한 친구가 종로 3가에 가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인터넷보다 저렴한 캠핑용품의 성지라면서. 그리고 직접 가서 보고 구매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또다시 인터넷으로 종로 3가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동대문 종합상가처럼 엄청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등산, 캠핑 등 제법 인지도 있는 브랜드들이 꽉 잡고 있었다.
일단 돌아오는 휴무일에 종로 3가를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휴무일, 나는 두근 거리는 가슴 한아름 품고 종로 3가를 방문했다. 배낭만 보러 갈 요량이었지만 그곳에 도착하고 나서 거리를 쭉 둘러보니 영업 중인 매장들이 나를 보며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나는 원래 충동구매를 종종 하는 편이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등산화까지만 함께 보기로 했다. (등산화도 새로 구매하면 자주 신어줘서 길들임이 필요하다고 까.친.연에서 배웠다.)
배낭을 구매하면 피팅까지 해주기로 유명한 매장에 먼저 방문했다. 내가 열심히 찾아본 오스프리를 종류별로 가장 많이 취급하는 곳이기도 했는데(광고/홍보 X)
들어가 보니 평일 애매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배낭을 사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직원에게 내가 원하는 모델과 색상을 말했다.
‘카이트 38L 네이비 색상 있을까요?‘
있었다.
그리고 직원이 가방 메는 법도 알려주며 착용도 해보고 가격도 물어보았다.
17-18만 원.
여전히 그때의 나에겐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이미 생각지도 못하게 침낭 구매 시 적정예상 금액 예산초과였기에.
조금 더 둘러보고 오겠다 애써 멋쩍은 웃음만 지으며 매장을 나왔다.
등산화를 보러 갔다.
로바, 잠발란 등등… 까. 친. 연에서 겨울산행에 적합한 브랜드의 등산화 추천받은 것들을 신어볼 요량이었다.
추천받은 등산화들의 가격은 이미 알고 있었다. 20~40만 원 대. 그렇지만 친구가 말해줬었듯이 인터넷 보다 좀 더 저렴히 판다는 말에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도 알아볼 겸.
아아…
등산화 매장이라고 해서 배낭매장과의 풍경은 별 다를 바 없었다. 참 세상물정 몰랐지. 아무리 인터넷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한들 체감상 큰 차이는 없는 듯했다.
예를 들면 알아본 등산화 브랜드 중에 하나인 잠발란 제품은 정가와 오프라인가의 할인폭이 생각보다 큰 편이 아니었다. 엄밀히 얘기해 오히려 주차비, 기름값을 따져본다면 차라리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등산화 구매도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내 첫 번째 종로 3가 방문은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가는 것으로 막을 내리며 아주아주 허무하게 끝났다.
집에 돌아와 이 사태를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아주 그냥 첩첩산중이었다. 침낭+배낭+등산화 견적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아뿔싸! 필수품 준비에만 대략 6-70만 원이 들게 생겨버렸다.
그 당시엔 장비에 무지했던 터라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는데 30~50만 원 정도면 해결될 줄 알았았다. (순진하게도 나는 인터넷에 침낭, 등산화 등… 필요한 것을 검색하면 저가의 물품들이 넘쳐났기에 원래 그 물품들은 그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는 줄 알았다.)
별안간, 나는 순례길을 갈 깜냥도 안 되는데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러 버린 건 아닌지? 감당이 어렵겠다 생각하며 또다시 동굴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아니지? 왜 꼭 새것을 사야 한다고 생각했지? 어차피 순례길을 위해 사는 거니까 한국에 돌아오면 더는 필요할 일 없을 테고(현재 엄청 잘 사용 중), 내가 생각한 예산으로 장비를 해결하려면 중고라도 괜찮지 않을까?’
빠르게 생각 정리를 한 후, 나는 당근마켓을 켰다. 그리고 오스프리 배낭 매물을 검색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