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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un 17. 2024

Que sera sera!

옷을 몸에 맞추는 것처럼.


 바욘, 비아리츠 공항의 발견과 존재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았다.


 2021년 10월~11월, 두 달 일하면 다음 휴직기간의 시작은 12월부터 2022년 1월 말까지였다.


 때는 2021년 10월 중순이었다.

당장 휴직이 시작되는 기간까지 한 달도 채 안 남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휴직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최대한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항공권 스케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 02일 KE000편 인천-파리‘

- 예약 완료.

‘2021년 12월 02일 EJ0000편 파리-비아리츠‘

- 예약 완료.


 냅다 항공권부터 연달아 구매했다.

예전에 휴가차 동남아 놀러 갔을 적에 날짜 계산 미스로 비행기 놓친 어이없는 이력이 있어 이번엔 시간도 꼼꼼하게 따졌다.

 인천-파리는 시차 때문에 한국에서 출발해서 파리에 도착하는 날짜가 동일했다. 거기다 짧은 시간 대기 후  환승으로 비아리츠 공항까지 바로 가는 루트는 완벽했다!




 ‘아? 갈 땐 뭐 신어야 하지? 가방은? 뭐가 필요한 거야.’


항공권 예매에 신경 쓰느라 다른 걸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트레킹이란 걸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등산 갈 땐 늘 운동화를 신었고, 나에게 등산은 관악산 연주대 N회, 북한산 N회 타본 게 다였다. 스틱이라던지 배낭에 대해서 필요성을 못 느꼈던 짧은 산행뿐이었기에 ‘장비’라는 개념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출발일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하고 보름.

일을 병행하며 순례길로 떠날 준비하는 게 가능한가?를 그제야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선 필요한 준비물이 무엇인지 검색했다.

침낭, 스틱, 배낭 등등 준비할 준비물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지만 이건 성수기 시즌에 필요한 것들.

나는 겨울에 가니까 겨울시즌엔 더 필요한 것이 없나 찾기 시작했다.




  쉬는 날엔 직접 서점을 방문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책도 찾아봤다. 거의 주로 봄/여름/가을 시즌 성수기에 다녀온 사람들이 쓴 책이 대부분이었고, 글의 형태도 준비물, 루트, 숙소 안내 등.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겨울이 비수기인 것을 알고 난 후, 좀 더 현실적으로 내게 필요한 조언과 정보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기에 짬이 날 때마다 검색을 해댔다.


<내가 수집한 겨울 순례길에 대한 정보>


‘코로나라 숙소가 거의 닫았어요.’

‘겨울에 가는 건 정말로 비추입니다. 다시 생각해서 시기를 조율해 보세요.’

‘겨울 길엔 사람이 없습니다. 정말 외로울 거예요.’

‘12월 말, 연초가 되면 숙소는 휴일로 거의 전멸 상태를 예상해 봅니다.‘


등등...

 검색결과는 처참했다.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12월은 동계 시즌. 완전 비수기.

이 시기에 다녀온 사람, 간다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였기에 정보가 마땅치 않았다.


 힘이 나고 도움이 되는 정보는 거의 ‘없을 무‘ 상태였다.

그렇지만 파리-비아리츠 항공권을 취소로 날리고 싶지 않았다. 정말 이상하지만 그 순간에 어디서 그런 끈기가 나왔는지, 나는 겨울 까미노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내가 예약한 날짜엔 꼭 떠나겠다는 다짐으로 검색을 이어나갔다.

 사람이 없다는 말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이미 홀로 보낸 고독의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사람이 없어 비추천한다는 글은 그냥 넘겨버렸다. 혼자서 사색에 빠지며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추위에 대해선 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겨울 순례길의 추위에 대해 끝없는 검색을 반복하며 유독 눈에 자주 띄는 카페를 발견했다.


‘까. 친. 연.’


 까미노 준비방법, 그곳의 실시간 현황을 알 수 있는 곳이었다. 그나마 이곳에선 겨울 까미노에 대해 블로그 보단 조금 더 도움 되는 정보들이 많았다.


 검색하면 할수록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했고 일단 비수기를 떠나서 준비물 리스트를 짜보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세웠다.


<준비물 목록>


-침낭

-등산화

-등산복/잠옷

-등산 스틱

-배낭

-헤드라이트

-휴대용 방석

-판초 우의

-스패츠

-슬리퍼

-핫팩

-보조 배터리, 충전기

-양말, 속옷, 샴푸, 세면도구

-상비약


 보통 가방의 무게는 본인 몸무게에서 -40 하는 Kg이 정석적이라길래 나는 모든 짐을 합한 총무게를 12~15Kg으로 설정했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다.

대신 여름엔 더위를 그다지 많이 타지 않는다.

준비물 목록을 얼추 만들고 난 뒤에, 추위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겨울엔 얼마나 추울지 가늠이 안 됐기에 이제는 침낭만으론 해결하지 못하는 숙소의 추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아! 어디선가 얼핏 장거리 가는 항공사 승무원들은 여행용 전기장판을 들고 다닌 다는 이야길 들었었다.


 휴대용 전기장판과 침낭이면 추위는 해결될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침낭을 먼저 알아봤다.

 세상에나, 컴포트 온도가 무엇이며, 무게는 얼마나 나가는지, 소재는 어떤 게 가벼운지. 이때 처음 알게 됐다.


 내가 필요하다 생각되는 컴포트 온도와 적당한 무게의 침낭은 30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이었다. 즉 가볍고 따뜻한 비싼 침낭. (역시 겨울엔 무엇이든 가볍고 따뜻한 건 가격이 꽤 나간다. 캠핑에 한번 빠지면 월급날만 기다린다는 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나로선 비싼 침낭을 쓰기엔 부담이었고, 어차피 한번 사용하고 말 텐데 침낭에 큰돈을 투자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내가 생각한 침낭은 5만 원 대에 솜 재질로 무겁고 부피 많이 차지하는 제품이었다. 그 침낭을 구입한다는 가정하에 침낭의 무게와 전기장판의 무게를 더하면 내가 예상해 두었던 가방의 총무게에서 이미 4Kg를 차지하게 된다.

 침구류만으로 4Kg를 소비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다. 돈을 아주 조금만 더 투자해서 가벼운 구스 재질로 바꿔보자! 하지만 내가 변경한 예산안에서 조금 더 싸고 따뜻한 침낭 찾기 여정은 쉽지 않았다. 왜냐면 싸고 가벼운 구스 침낭이 어딨담?


'Que sera sera!'

될 대로 되라지!!!!!


 결국 나는 까친연 고수들의 조언을 받기로 결심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너무 유용했던 조언 댓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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