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가득, 사랑 듬뿍(1)

설연휴, 세월이 흐른 만큼 변했다.

by 예쁜여우

https://youtu.be/-QWG13 kA0 ZY? si=sTNJ22 X-IBWaVHFS

나의 에어팟에서 들리는 노래. 세월이 야속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엄마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연휴시작.

설렘 가득, 보따리 가득. 하나, 둘, 셋, 넷.

시집가고 시댁으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시댁이 없어 집에 있거나 친정으로 간다. 그래서 시댁으로 가지 않으면 주변에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토요일오전 근무를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연휴가 시작되는 설렘이 벌써 친정으로 가있다. 대학생이 곧 되는 새내기 막냇동생. 그리고 우리 할머니, 아빠, 엄마. 모두모두 보고 싶다.

"얘들아, 또 연휴네? 내일 할머니집 갈 건데 짐 싸두자!"

"우와아아아. 신난다. 엄마 각자 캐리어 챙기면 되지?"

"근데 짐을 많이 싸면 너희들이 들기 힘들 텐데. 괜찮을까?"

"당연하지. 언제 올 거야?"

"미안하지만 오래는 못 있어. 하루는 아빠엄마가 쉬어야 돼서 화요일에 집으로 올 거야."

"여보. 우리 먼저 가있어도 될까?"

"응. 먼저 가있어. 그리고 나도 쉬었다가 데리러 갈게."

설렘에 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않았다. 추석이 엊그제 같은데 벌서 새해가 밝아 설날이 다가오다니, 시간 참 빠르다.


눈이 뻔쩍, 아이들을 하나, 둘 깨우며 떠날 준비를 했다.

신랑을 두고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신랑도 오늘따라 미안했는지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 우리들을 웃으며 도와주었다.

"택시 타고 갈 거지?"

"아니 택시요금이 올라서 안돼. 우리 그냥 버스 타고 갈 거야."

"버스? 데려다줄까?"

"아니 그냥 쉬어. 우리 버스 타고 가는 것도 좋아."

웃으며 인사하는 막내와 아이들. 몸도 마음도 신이 났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려나? 날씨도 많이 풀려버렸다. 버스정류장에서 아이들과 앉아 기다리는데 노부부가 막내에게 사탕을 주며 인사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챙겨주는 노부부. 언젠가는 우리 모습도 저렇게 흐뭇할까.


버스에 올라 10분이 지나 도착한 포항역. 살랑살랑 나비처럼 뛰어가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얘들아 천천히가. 아직 시간이 남았어."

"엄마, 우리 기차 타고 가는 거야? 빨리 가고 싶다."

KTX가 도착하자 자석에 앉아 아이들이 포즈를 취한다. 따르릉따르릉. 나의 폰에서 울리는 신랑전화.

"우리 기차 탔어. 여보 도착하면 연락할게."

"그래. 애들이 즐거워 보이네. 조심히 가고 전화해."

"아빠, 안녕! 빨리 와야 돼"

"알았어. 4호."

동대구에서 환승 후 도착했다. 멀리서 보이는 우리 엄마. 아이들은 반가운 할머니품으로 뛰어갔다. 집 도착 후, 막내동생과 인사를 나누었다.

"막내동생 안녕?"

"삼촌오빠 안녕? 으하하하하."

여전히 서먹서먹한 우리 동생. 이제 서울 가면 더 보고 싶을 텐데.....


내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곱창전골. 점심준비를 해놓고 우리 부모님은 손녀와 딸을 마중 나오셨다.

"엄마, 곱창전골이네? 오우"

"손녀 2호가 사달라고 한 거 기억하고 있었지. 빨리 와라 2호야."

"아 곱창전골에는 소주가 딱인데. 아빠 우리 오늘 달릴까? 막내동생 한잔하지? 이제 성인?"

"아니. 안. 먹. 어."

"허얼. 빼기는 짜식......"

"이따가 저녁쯤에 셋이 먹자 딸"

"알겠어."


딩동딩동.

"어? 장 본거 시켰는데 왔나 보다."

띠리리리릭. 철컥.

"어? 할머니!"

"어이구 이게 누구고, 네가 어째 왔니. 신랑은?"

"우리 신랑 놔두고 애들이랑 기차 타고 먼저 왔지!"

"잘 왔다 잘 왔어. 애들도 많이 컸네."

우리 할머니는 나를 보면 항상 눈물을 훔치신다.


딩동딩동.

딸기 한가득. 그리고 커피, 대추차. 그리고 피자.

우리 가족이 맛있게 먹으면 나는 아깝지 않다.

"엄마? 또 머 먹고 싶어? 막내동생 머 먹을까? 말해 다 사줄게!"

"없. 어."

"흐흐흐흐 그래. 우리 언제쯤 말 많이 해보니?"

나도 동생이 서울 간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가득한데, 옆에 있는 우리 할머니도 장손 걱정뿐이다.

"아이고 우리 장손. 서울 갈 준비는 다해놨나? 기숙사도 친구도 잘 만나야 될 건데... 세상이 험악해서 항상 조심히 다니거라."

"네. 할머니"

"그래. 나는 버스 타고 갔다 내일 올게. 아들 기름값 아껴야지. 나 안 데려다줘도 혼자 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내일 오마."


'우리 할머니, 한 푼 두 푼 세 푼 아끼고 아껴 사시는 모습. 그리고 자신보다 자식들을 더 챙기며 가슴앓이 하는 당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할머니가 가시고, 우리 엄마가 선포했다.

"두부 한번 만들어볼까? 손. 두. 부"

"또 실패하면 어쩌려고, 애들도 있는데 하지말지."

우리 엄마는 예전에 못하는 게 없었다. 하지만 두부는 딱 한번! 그리고 실패한 두부 한번! 그 뒤, 두부는 사 먹었다.


결국 아빠는 엄마의 손을 들어주었다. 두부 만들 때 필요한 간수. 아빠차를 타고 시내를 향했다. 북적북적. 명절을 앞두고 음식장만을 위해 시장분위기가 한껏 타올랐다. 3대가 붙어 다니며 여기저기 구경하는 건 처음이다. 우리 1호는 동생들 없는 이 시간이 또 즐거운지 신이 나버렸다.

"엄마, 시장 가서 간수사면서 우리 구경하고 갈까? 1호 여기가 엄마랑 할머니가 다니던 시내야. 나 어릴 때 아빠엄마랑 먹었던 국수골목, 순대집등"

추억이 새록새록. 멋쟁이 아빠와 엄마는 여동생과 넷이서 이 골목을 단골처럼 다녔던 곳이다. 세월이 흘러 엄마나이가 되어 어릴 적 장소를 와보니 잠시 타임머신을 타는 듯하였다. 다시 엄마얼굴을 보니 세월의 흔적은 곱디곱게 남아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는 술상을 차렸다. 20년을 기다린 이 자리. 우리 아빠얼굴에 잔주름 가득하지만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는 이런 날을 기다렸다. 슬금슬금 나오는 막내동생을 보니 흐뭇하다.

"아빠랑 누나는 막둥이가 커서 같이 술 먹는 게 소원이라 했어. 20년을 기다렸다 우리."

"그래. 아빠옆의 든든한 아들. 한잔해 짜안!"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또 20년. 세월이 흐른 만큼 모든 것이 변했다.


'행복했던 추억의 공간.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