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혹은 '삶'
신이 삶이라는 생각을 하고부터 신이 가엽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람들이 신을 미워하는 날 보다 삶을 미워하는 날들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감정은 내게서 영원과 같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시간 속에서 나의 삶을 미워해왔다. 어쩌면 진정으로 나의 삶을 미워하는 것은 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마르틴 부버는 누군가 혹은 무엇을 싫어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어떤 부분을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나는 어떤 이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싫을 뿐이다. 그러나 사랑은 전체를 사랑하는 것이란다. 이 전체는 더하고 더한 값이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삶은 나의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일 게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삶이 나의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일 게다. 나의 온갖 미움에도 나를 받아주는 것일 게다. 아는 것과 믿는 것은 다르다고 하였던가. 나는 아직 삶을 믿지 못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