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가 높은 산도 타고 싶지만 이미 에너지는 바닥이다 대신 뒷산이다 산을 가는 이유는 길보다는 단조롭지 않고 자연이 무한히 내어 주는 무한히 다양한 선물 때문이다 높은 산을 오를 땐 엄청난 각오와 준비물이 필요하지만 뒷산은 운동화에 물 한 통이면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높은 산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내려올땐 더 힘들고 뒷산은 기분좋을 정도의 워킹이 된다
산은 사시사철 다른 풍경과 심지어는 비 온 뒤 내어주는 그 싱그러움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내가 아는 한글 중 최고다 아름답다 좋다 등등 그 어떤 걸로도 표현이 안된다 누가 그런다 왜 산에 가냐고? 왜 힘들게 오르고 내려오냐고?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고 그냥 가는 것이다 그냥 거기 있기에 가는 것이다그래야 산을 사랑할 수 있다
나는 우거진 나무 사이로 살짝살짝 비추이는 이 햇살이 너무 좋다 그리고 그 햇살이 나뭇잎을 투명하게 하고 흙길을 비출 땐 말할 수 없는 황홀경을 느낀다
오늘도 그랬다
여우비가 오락가락하는 오늘 산은 어두웠다 밝았다 한다
그리고 촉촉~~~~~히 젖은 나뭇잎과 흙은 형용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을 마구 뿜어낸다
그래서 나는 유독 비 온 뒤의 산이 좋다 다 좋지만 유독~~~
많이 가물어서 이 정도의 비로는 해갈이 안 되겠지만 메말랐던 물길에 산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그래도 어지간히 온 모양이다 다행이다
깊이 심호흡을 하고 그 특유의 향내를 맡는다 폐가 깨끗해지고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청정지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