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기 전, 나란히 누워 책 읽어주기

by 휴지기

아이에게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주기 시작한 건 세 살 무렵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일 이년은 아이가 생존하기 위해 엄마가 해야 할 일들을 꾸역꾸역 해나가기도 버거워,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둘 에너지가 없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무능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가 우유를 주지 않으면 굶어야 했고 내가 똥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으면 똥 위에 계속 누워있어야 했다. 심지어 아이는 자기 목을 꼿꼿하게 세우는 법도 몰랐다. 낭패였다. 나 하나도 버거운 내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하나의 생명체를 키워내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충격적이고 힘든 일이었다.


아이가 세 살쯤 되니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때부터는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의 교육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주기 위해서는 책이 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이가 관심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책들과 다른 엄마들 사이에서 좋다고 소문난 책들을 조금 샀다. 몇 장 되지도 않는 아이들 책이 너무 비싸 대부분은 개똥이네와 같은 중고서점에서 책을 사서 들여놨었다.


나는 그때, 독박육아가 너무 힘들어 무조건 아이를 빨리 재우고 싶었다. 저녁 7시만 넘으면 아이에게 책 읽고 자자고 했고, 아이는 빨리 자기는 싫지만 엄마랑 누워서 책을 읽는 시간이 좋아 이른 저녁에도 잘 준비를 하고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우리는 나란히 누웠고, 나는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나에게는 흔치 않은, 평화롭고 안정적인 시간이었다. 책은 하루에 세 권에서 네 권 정도를 읽어줬다. 내가 읽어주는 책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아이는 궁금한 게 생기면 나에게 바로 질문을 했고, 나도 많이 졸리지 않으면 아이의 답에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 질문들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어떤 책을 읽다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네 살쯤 된 아이가 이렇게 물었었다.


"엄마, 얘는 왜 죽었어?"

"원래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는 다 죽어."

"그럼 엄마도 죽어?"

"당연하지. 엄마도 살아있으니까."


아이는 내 대답을 듣고 울었다. 나는 입을 삐죽거리다가 결국은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 꼭 안아주었다. 그렇지만 죽는 걸 죽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어 그냥 '괜찮아, 원래 다 그런 거야' 이렇게 달래줬던 것 같다.


그런 장면들이 많았다. 아이가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것을 바라보던 장면들, 아이가 책에 몰입하여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을 인지하던 장면들. 아이와 나는 책이 아니면 하지 못했을 깊은 대화들을 잠들기 전에 나지막이 나누었고, 그 경험이 아이에게 따뜻하게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그런 것 같지만 내가 아이가 아니니 정확히는 모르겠다.)


책을 세네 권 읽어준다고 하여 항상 아이가 바로 잠드는 건 아니었다. 읽던 책을 얼굴에 덮은 채 피곤에 지친 내가 먼저 잠들었던 밤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내가 책을 읽어주다가 먼저 잠들면 아이는 두 손으로 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려 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고집을 피웠다. 그러다가 나중에 되어서는 혼자 책을 보면서 놀다가 잠들곤 했었다. 아무리 눈꺼풀을 까뒤집어도 한 번 잠든 엄마를 깨우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나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기간이 4년이다. 세 살부터 여섯 살 때까지. 일곱 살 때부터는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물론 아이가 글을 알고 책을 스스로 읽을 수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책의 글밥이 너무 많아져 한 권만 읽어줘도 목이 아팠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 목도 소중했기 때문에 7살부터는 책을 읽어주는 것을 과감히 중단했다.


다행인 것은, 4년간 거의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잠들기 전 책을 읽어줬더니 그게 습관이 되었다는 것이다. 세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쭈욱 아이는 책을 읽지 않고는 잠을 잘 자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디를 가든, 친정을 가든, 여행을 가든 항상 자기 전에 읽을 책을 몇 권씩 싸들고 다닌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것은 너무나 특별할 것 없는, 어쩌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평이한 방법이지만 나는 정말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 아이가 책 읽는 습관을 갖도록 했다. 어렸을 때 책을 읽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는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러니, 혹시나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 걱정인 부모님들은, 아이와 함께 나란히 누워 책을 함께 읽어보는 경험을 해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을 때 구매한 책이 <외계인도 모르는 우주 이야기>, <오렌지 과학동화>, 그리고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탈것 관련된 책이었다. 우리 아이가 세 살 무렵에 우주와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서 고른 책들이었다.


그리고 4살 때 구매한 책이 <세계다글리>와 <인물세미나>였다. 이것 말고도 다른 책들도 많이 사준 것 같은데 그것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지금 제시한 책 4개는 아이가 최소 열 번 이상씩은 읽은, 아주 흥미로운 책들이다. 그러니 어떤 책을 들여야 할지 고민이신 분들은 참고해 봐도 좋을 거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애석하게도 우리는 대치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