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우리는 대치맘이 아니다

by 휴지기

개그맨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 영상이 핫하다. 대치맘들은 그 영상 때문에 몽클레어 패딩을 입지 않고 자신들의 말투에 대해 각성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중고 몽클레어 패딩 판매 캡처 화면이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고, 이수지가 연기한 제이미맘이 너무나 현실 고증이 제대로 되어 실제 인물 같다는 댓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상에서 몽클레어 패딩을 입고 샤넬 가방을 든 제이미맘은 PD와 자신의 포르쉐 안에서 인터뷰를 한다. 까까의 숫자를 세는 걸 본 이후 영재적인 모먼트를 발견하여 4살부터 수학 학원에 보낸다는 제이미맘, 영어학원 원어민 선생님에게 아이의 배변 성공 이야기를 듣고 배변 과외를 취소하는 제이미맘, 혹시 모를 수행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제기차기 과외 선생님을 알아보러 다니는 제이미맘. 과장되기는 했지만 실제 대치맘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영상인 것 같았다.


영상에서 제이미맘은 대치맘으로 불리기보다 도치맘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리고 제이미맘은 아이의 영재적인 모먼트를 발견한 순간부터 자신의 모든 삶의 초점이 아이에게 맞춰졌고, 그래서 많은 일상을 차 안에서 보낸다고 말한다.


제이미맘이 자신의 모든 삶의 초점이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는 건, 아이의 교육에,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아이의 사교육에 자신의 모든 삶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말한다.


사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아이를 온종일 케어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하다. 제이미맘에게는 돈과 시간이 있다.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사교육을 시켜줄 수 있는 돈이, 아이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따라다니며 챙겨줄 수 있는 시간이, 제이미맘, 그러니까 대치맘에게는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치맘들이 이렇게 아이들의 교육에 열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가 공부를 잘해야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모두 다 잘 살 수는 없으나, 공부를 잘하면 잘 살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올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우리는 대치맘이 아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시켜줄 수 있는 돈도 없고, 아이를 온종일 케어할 수 있는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


나도 아이가 아기였을 때, 다른 사람들처럼 몬테소리도 시켜주고 잉글리시에그도 사주고 영어유치원도 보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건 너무 비쌌다. 몬테소리, 잉글리시에그는 내가 알기로는 백만 원이 훨씬 넘었고, 영어유치원은 한 달에 백만 원 이상이 들었다.


우리 집은 맞벌이였지만, 남편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건지 쓰기 위해 일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했고, 우리는 언제나 돈 문제로 허덕였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그렇게 큰돈을 쓸 수 없었다. 더 잘할 수 있는 아이의 가능성을 키워주지 못한 게 아닌가 아쉽기는 하지만 어쪄겠는가, 자기가 이런 집안에서 태어난 걸.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경제적인 그리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해서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없는 건 또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워서 우리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이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집에 TV를 없애는 집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 집에는 TV가 있다. 나는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나는 솔로와 솔로지옥, 이혼숙려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아들은 게임 유튜브와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좋아한다.


우리 아들은 유튜브와 게임, TV는 근처에도 가지 않고 오로지 책 읽는 것을 즐기는 유니콘 같은 아이는 아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게임, 그다음은 유튜브, 세 번째가 책이다. 그래도 아이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책 읽는 속도가 나보다 훨씬 빠르며 평일에도 적어도 두세 권씩의 책을 읽는다. 학습만화, 소설, 비문학 서적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데 특히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나는 원래 느슨하고 게으른 사람이라 많은 것을 귀찮아하며 대부분의 일들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쓰고 싶은 이야기는 나 같은 사람도 아이에게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것, 그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조금의 팁이 될 수 있는 것들에 관해서이다.


돈 많은 사람들의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는 추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서울경기에서, 특히 서울 강남에서 의대와 스카이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자주 나오고 있다.


나같이 지방 사는, 돈도 시간도 없는 사람들도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가서 윤택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제일 쉽고 값싼 방법이 책을 읽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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