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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l 22. 2024

이야기로 만들다. 3

무섭다.

3.

 지난가을에 성묘하러 갔을 때, 차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물커덩한 느낌이 들었다.
서둘러 밖으로 내려서니 이미 신발까지 변이 흘러내렸다.
나보다 더 어처구니없어하는 애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숨고 싶다.
 늙어서 그러려니, 헐거워진 육체의 자연스러운 변화려니 했었더랬다.
요실금은 숨길 수가 있었는데 변실금만은 좀체 숨기기가 어려웠다.
조금만 지려도 냄새가 나를 굳게 만들었다.
일 년 전부터 복지관에 가기 전에는 물과 커피를 마시지 않았고, 손녀딸의 생리대를 하고는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였는데 지난 성묘 이후로는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둘째의 종주목에 어쩔 수 없이 모든 증상을 털어놓았다.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나서야 자식들이 모두 알게 되었다.
진단은 경추가 딱딱해져서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마비증상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눌린 증상을 살리려면 수술밖에는 답이 없다고.
 만일 잘못된다면 나도 올케처럼 멍청하게 천장만 보다가 가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에 잠은 오지 않고, 복도로, 화장실로 들락날락 하니 간병인이 짜증을 낸다.
 침대로 오르려다 갑자기 다리네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팔십 나이에 빡빡이라니.
간병인의 부축으로 침대에 누우려는데, 아까 낮에 옥수수와 두유 한 병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뱃속이 꾸르륵거린다.
" 내일 수술하시려면 이제는 주무셔야 해요.
 왜 이리 부잡스럽게 돌아다니시는 거예요? "
" 화장실에 가려고 그래."
 심통 맞게 툴툴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가니 젠장 또 골룸이 나를 째려본다.

 사납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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