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수선한 소리에 눈이 떠졌다.
아!
오늘이 그날이구나.
간병인은 보이지 않고 앞의 병상에서 간호사가 혈압계를 둘둘 말며 나를 본다.
" 김영자 님 일어나셨네.
체온이랑 혈압 잴게요, 8시에 수술하시는 거 알고 계시지요. 그런데 김영자 님 추우셨어요? "
귀에 체온계를 넣으려던 간호사가 수건을 벗기려 한다.
" 안돼. 벗기지 마."
날렵한 간호사 손에 들려 있는 분홍수건 한 장.
에효.
얼른 낚아채서 머리를 덮었다.
간호사는 킥 웃고, 나는 눈을 질끈 감고.
" 지금이 몇 시 우?
" 7시 5분이에요. 조금 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으시고 수술실로 내려가실 거예요."
둘째가 수술 전에 온다고 했는데.
간병인은 새 환자복을 들고 왔다.
앙상한 다리에 소름이 돋는다. 오한이 오는지 간병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바늘에 찔리는 듯 차다.
상의는 거꾸로 입힌다. 목 뒤를 수술해서 그러는 거라며.
수건도 벗어야 한다고 하는데 수술실 가서 벗을 거라고 우겼다.
입이 마른다.
다시 온 간호사는 이름을 묻고, 오늘 수술에 대해 혼자 열심히 읊어댄다. 귓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더 크다.
둘째가 간호사 뒤에서 나 대신 대답하고 있다.
" 어젯밤에는 잘 주무셨어요? "
" 왔냐? 일 하러 가지. 뭐 하러 왔어."
" 수건은 왜 쓰셨어요?"
" 아이고 말도 마세요. 어제는 머리카락을 깎아야 하는데 하도 깍지 않으신다고 하셔서 조금 남겨서 그래요. 밤에는 늦게까지 주무시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면서 소리 지르셔서 다른 환자들이 제대로 못 주무셨어요. 저도 그렇고요."
간병인은 흉보듯이 주절댄다.
" 불안하셔서 그러셨을 거예요. 죄송합니다."
' 죄송하기는? 저 여자는 코까지 골며 잘도 자 놓고선.'
둘째가 내 손을 잡아준다. 따뜻하다.
어찌 내 속에서 저런 아들이 나왔을까?.
수술실로 가야 한다며 젊은 남자가 침대를 옮기라고 한다.
둘째가 부축하다가 수건이 훌러덩 벗겨져 버렸다.
나는 봤다.
둘째의 눈이 화들짝 커지는 걸.
" 나 수술하고 나서 가발 맞춰 줘."
" 네에. 수술하실 동안 맞춰 놔야 되겠네. 킥 킥." 어째 내 귀에는 웃는 소리가 골룸 골룸이라고 들릴까?
처진 눈꺼풀 사이로 둘째의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 보인다.
젊은 남자는 침대를 밀고 가며 자꾸 얼굴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