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엄마! "
환한 빛이다. 눈이 시리다.
여기는 어디지?
환청 같은 둘째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끄러지듯이 침대가 나를 싣고 간다.
딸의 얼굴도 보이는 것 같고 며느리의 얼굴도 본 것 같다.
둘째가 내손을 찾아 잡는데 따뜻하다.
살았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는지 병실은 어수선하다.
" 엄마 나 알아보겠어? "
딸이 들이미는 얼굴을 보고 나니 안심이 된다.
" 뭐 하러 머리카락은 남겨 놓으셨어?. 둘째 말마따나 완전하 골룸이네. 킥킥."
나만 놀랜 것은 아닌가 보다.
고개를 돌리려는데 안 돌아간다.
간병인이 고개를 돌리면 안 된다면서 수술자리 터지면 다시 수술해야 한다며 겁을 준다.
누가 내 머리카락 좀 가려주지.
퇴원하면 가발 쓰고 복지관에 가야지.
형진 엄마에게 자랑해야지. 밉살맞은 윗동네 웅이 할매한테도. 나만 보면 빈정거리 듯이 아들이 효자라면서 밥 한 번 사지 않는다고 시비를 거는데 아들이 가발 맞춰 줬다고 자랑해야겠다. 지 아들이 속 썩이는데 괜히 질투하고 지랄이야.
그러고 보니 웅이 할매는 오래전부터 가발 쓰고 다녔지.
젊어서 미장원을 했다며 머리 손질은 복지관에서 제일 잘하고 다니긴 했지.
그 시절에는 가발이 유행한 적도 있었지만 언감생심이었다.
갑자기 목 뒤가 찌르륵 거린다.
아프다.
간병인과 애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통증보다 더 아프다.
" 목 받침이 너무 큰 것 같으니 제일 작은 것으로 구입하시고, 기저귀는 팬티형 중형으로 사세요.
그리고 깔개랑 소변기도요. 물티슈랑 휴지도 필요하고요."
" 드실 것은?"
" 이틀정도는 아마 못 드실 거예요. 가스가 나와야 드실 수 있어요."
" 엄마 집사람한테 두건 사놓으라 했으니 내일 가져다 드릴게요."
아니라고. 가발 살 거라고.
컵에 담긴 틀니가 대신 소리를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