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라면 연차 반차를 낼 수 있지만, 어쩌다 보니 우리는 한 번도 그러하질 못했다. 직원들이 비워 둔 자리를 메꾸기에만 여념이 없었더랬다. 커피타임에 나는 직원들에게 허락 맡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 우리도 반차 낼 테야 " 뭔 소린가 하던 직원이 커피를 뿜었다. 사장님의 반차라니. 점심시간이 지나자마자 어제 알아본 배 시간에 맞춰 장고항으로 내달렸다. 얼추 한 시간이면 도착이니 갯지렁이 사는 시간이 넉넉하다면서 해찰을 부린다. 도착한 장고항 매표소가 문을 닫았다. 배 시간이 바뀌어 있다. 11월 1일부터....... 다음 배는 3시간 후에 있다며 표도 배 타기 30분 전에 판매한단다. 어제는 10월. 오늘은 11월. 할~~~ 말이 없네. 그러나 남는 시간이란 없다. 큰 딸 결혼 시키고 지인들과의 피로연이 1박 하고 2일이 되는 탓에 가까운 바다 보러 가자 했던 탓에 왔던 카페가 생각나서 찾아봤다. ' 당진 이야기' 갤러리 카페였다. 지인들이 풍등에 우리 딸의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며 날렸던 곳이기도 했다. 에구. 개인 사정상 당분간은 주말에만 영업한다고 쓰여 있다. 길 건너 음악카페가 웅장하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바다를 향한 뷰가 마치 국화도가 눈앞에 있는 듯하다. 밀물일 때에는 3개의 섬이 되고 썰물일 때에는 한 개의 섬이 된다고 했지? 조용하게 음악은 바람을 방해하지 않았고, 진한 발아커피는 혀 끝에서 바람처럼 번진다. 2층이 펜션인데 60평이라고 그는 벌써 가족여행을 계획한다. 시간 되어 선착장에 도착해서 짐을 들어다 놓는데, 먼저 도착해 있던 노인의 목소리가 유난하게 경쾌하게 들린다. 마주한 여동생과 아들과 딸의 표정 또한 경쾌하다. 우리 뒤로 수레를 끌고 오는 노인의 짐을 보면서 서로의 안부를 나눈다. 어제 해루질하다가 핸드폰을 바다에 빠뜨려서 새로 사 온다며 들어 보이는 노인과 경로당에서 노인들과 나눠 먹을 떡을 해 오는 중이라는 노인. 별다른 안부는 아니었는데 내 귀로 들리는 소리로는 들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었다. 정겨운 안부가. 배가 오고 있다. 3개의 섬으로 변해가는 국화도로 우리를 데려다 줄 그 배가. 그때였다. 핸드폰을 새로 장만한 노인이 내 손에 따뜻한 떡 한 덩이를 쥐어 준 것이. 저분이 우리 마을 노인화장님이신데 국화도 가시는 것 같으시다며 이 떡 좀 드셔 보라고 주신 거란다. 얼결에 떡을 받아 들고 내 입에서 바로 튀어나오는 말. " 이게 웬 떡이래요. 고맙습니다." 섬에 닿기도 전에 섬사람이 안겨 주는 선물. 그렇게 우리의 국화도의 2박 3일의 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