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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림.

따라가는 여행과 데리고 가는 여행.

by 날개

내가 좋아하는 고군산의 명도.
마음만 늙지 않은 지인들과의 1박 2일의 여행.
장자도를 출발하면서 신분증 가져오지 않은 한 사람 때문에 우왕좌왕.
명도 선착장 증축으로 방축도에서 배를 바꿔 타게 되고, 1차로 4명이 먼저 입도하고 이어 다음 배로 5명이 따라 들어오고,
명도를 자주 찾게 되는 이유는 적요함이었고 정물화와 같은 전경 때문이었는데 배에서 내려서자 어질러져 있는 선착장과 장판 같은 앞바다가 개인 어장으로 땜질한 비닐 장판과도 같았다.
아홉 명의 입에서 왁자지껄 쏟아지는 말들에 어질어질했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네 끼의 식사는 버거웠고, 취중진담을 빌어서 쏟아내는 하소연에 귀에 딱지가 앉는다.
그 결과로 입안에 난리가 났다.
너덜거리듯이 헐어버린 탓에 무엇이든 차가운 유동식으로 치료를 했다.
그림 그리려 짜 놓은 물감들이 멋대로 섞여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추상화 한 점을 돌아오는 배 안에서 바다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우리 보라돌이들과의 여행!
5월 연휴의 2박 3일.
작년에 보성으로 간 보라돌이들이 너무 멀다며 제천으로 정했는데 2시간 30분의 거리를 5시간이 넘어서 도착했다.
하지만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와서인지 해맑게 웃으며 왔다.
정방사로 가는 길 옆에 아주 정갈한 펜션 이름이 우리 보라돌이의 이름과 같다.
퍼플 스테이. 센스쟁이 젊은 보라돌이들.
집 옆으로 개울이 흐르니 귀로 물멍을 하고, 통나무 훨훨 지펴서 불멍도 하고, 같이 놀자는 애들 덕에 따로 식사 준비도 없이 편하게.
옹기종기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예쁘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자주 모이지 않는다는데
언제든 모이자 하면 선약도 취소하고 또르르 달려오는 보라돌이들.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고 하니 잘 키워 주셔서 고맙단다.
도란도란 첫째 날이 포근하게 잠들고 다음날 도착한 막내 보라돌이까지 몰려 갔던 청풍호 케이블카가 강풍에 멈추었어도 우리는 5월의 바람에 몰려다니며 연신 깔깔깔.
노래 불러서 100점 나오면 상금이다라는 큰 아빠 말에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 보라돌이들.
일곱 살 손주 녀석의 장난감으로 더 재미있는 게임에 밤은 깊어 갔다.
한 순배 두 순배 돌던 술잔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2박 3일의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어린 보라돌이의 어린이 날!!
일곱 살의 계획은 아침을 먹지 않고 버티기.
아침 먹으면 집에 가야 한다는 것이 싫다며 고집을 부려서 애를 먹었지만 결국 오는 길에 근처 카페에 가서 조각케이크로 축하해주며 바이 바이.
지난주에 헐었던 입안이 어느새 아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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