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기.
초로의 여인네들이 갖은 멋을 부리고 우르르 몰려나왔다.
고만고만 살아온 날들에 약간의 호기로움까지 보태서 우아를 떨어댄다.
스스로를 위해 살아온 날이 적었던 탓에 메뉴를 고를 때부터 뒷짐을 진다.
붉은 립스틱이 번져 가는 입술 주름이 슬프다.
한참을 식탁 위가 어지럽더니 가까스로 주문을 마친다.
가려 살아온 적도 없으면서 엄청 가린다.
늘어가는 약봉지 탓이리라.
음식이 나오기 전, 잠깐의 텀을 마른 입술에 침도 묻히지 않고 억지스러운 안부를 건넨다.
" 예뻐졌다. 어디서 관리받아?"
" 얘는, 무슨 관리?"
" 받는 것 같은데? 아니면 우리 나이에 어떻게 그리 피부가 곱냐?"
일 년 전만 해도 동조를 했을 터이지만 핸드폰만 들여다본다. 나머지 여인들은.
상차림이 시작되자 나오는 반찬마다 서로 조리법부터 몸의 어디에 좋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베껴 늘어놓는다.
한 젓가락씩 맛을 본 반찬은 밥이 도착하기 전에 리필을 청하고,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은 늘 그러하다는 듯 익숙해 보인다.
그리고,
조용해졌다.
성할리 없는 이와 잇몸으로 성의껏 씹고 있는 입 속에는 말이 같이 삼켜졌다.
씹던 밥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수다스러웠던 A 여인조차.
숭늉과 자판기 공짜 커피까지 챙겨 마신 후에 초로의 여인 들은 식당 문을 나선다.
걷자. 소화도 시킬 겸해서.
거리가 한산 허다.
주말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거리지만 오늘만큼은 어기적거리며 걸어도 부딪혀서 넘어 질일은 없을 것 같다.
마치 생기 잃은 거리가 자신들과 같다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텅 빈 집에서 TV와 마주 앉아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식당 옆자리에서 지켜본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걷다가 화들짝 놀란 듯 우리 셋은 전통찻집으로 숨었다.
차 주문을 마치고도 말이 없었다.
찻잔을 들다가 데인 듯이 영이가 하는 말.
"우리들도 저리 보이겠지?"
" 그렇겠지."
뜨거운 차 한 모금을 삼킬 새도 없이 숙이가 대답한다.
우리도 모처럼 짬 내서 만났는데, 마치 우리를 보는 듯한 장면들 속에서 후다닥 얼굴이 붉어진 것을 들켰다.
익어간다고 주장하는 늙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