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차례를 지내고 나면
음복주에 벌써 알딸딸
소곡주( 앉은뱅이 술) 한 모금에 그간의 피로가 실타래 풀리듯 후루룩 풀린다.
어젯밤 늦게까지 신나게 놀고 간 자식들의 웃고 떠들던 잔상이 아름아름거리면서 우리 부부는 또 마주 보며 헤벌쭉 웃는다.
잠깐!!
성묘 가야지?
흐흐흐 한숨 자고 갈까?
잠깐 내게 굿 아이디어 있지요.
오래간만에 카스 6캔 마시고 안경 놓고 간 둘째에게 전화해서 술 깼으면 눈알 가지러 오는 김에 성묘 데려다주라 했다.
득달 같이 달려온 둘째를 앞 세워서 산소 앞에 이르니 반갑다는 표현을 격한 바람으로 안부 하신다.
술잔 올리면서 어제의 행복한 모습을 전하며,
아버님 앞에서 재롱떠는 우리를 보고 애들이 엄청 재롱을 떨고 갔다고 혼자 중얼중얼 대화를 청해봤다.
고맙습니다.
지긋이 미소만으로 모든 사랑을 주시던 어른.
ㅇㅇ 에미가 있어 늘 우리 집이 풍성해서 좋아
바람에 묻혀 온 듯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세먼지 탓인가?
눈앞이 뿌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