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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Feb 08. 2024

명절은 파티다.

엄마네? 형님네? 외숙모네? 큰엄마네?


하도 예뻐서.

너무 귀해서.


우리 가족 모두 모이면 열여덟이다.

사 남매가 일가를 이루고, 그 자식들이 또 다른 가정을 이루고, 어느덧 손주까지 생긴 우리 집의 명절 전날의 풍경은 그야말로 함박꽃이 피어난다.


친구들은 말한다.

딸들이 명절전날 시댁에 가지 않아도 되느냐고?

된다고.

우리는 아들딸 구분하지 않고 키웠고, 사돈들도 우리처럼 키우셨다고.

조카사위까지도 명절 전에는 처외가에 오는 것이 젤 좋다며 제일 일찍 온다.

연신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처형들의 도착을 살피고, 그 모습이 이뻐서 흐뭇해하는 장인의 너스레는 또 한바탕 웃음을 선사한다.

" 장서방은 우리 사위가 아니라 형님네 사위 인가 봐요"

오로록 몰려 앉아 서로서로 먹여주고 권하고,

장모님! 엄마! 외숙모! 큰엄마! 함미! 언니! 형님! 형수님!장모님!

맛이있어요.

매운 것을 잘못 먹는 막내 사위에게는 단짠 LA갈비, 새콤달콤한 해파리 냉채, 매콤한 버섯야채전은 조카 딸내미 몫, 조카 딸의 아들은 부드러운 계란말이, 요즘 도시락 싸는 재미에 빠진 막내 딸을 위해 오징어채와 짠지무침, 그리고 멸치복음까지, 유럽 여행 중에도 먹고 싶어 했던 큰 딸은 여수의 왕굴까지.

정신없이 불러대도 내가 너무 신이 나는 것은 이렇게 모일 수 있어 좋고,

맛있게 먹일 수 있어 좋고, 그간 밖에서 겪었던 자식들의 이야기에는 구김살이 없어 더 좋다.

별거 없다.

내가 해주는 음식 든든하게 먹고 자식들의 삶이 양껏 채워지는 것을 보는 것이 행복이다.


하도 예뻐서.

너무 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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