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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Mar 08. 2024

보리암 번개!!

3박 4일의 화려한 여행기


꽃 마중 가자.
연휴 전인 목요일
일과를 마무리하고 내리 달려 도착한 진주 숙소.
최근 여행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은 오후 8시면 식당을 찾기가 어렵다.
시장 근처에는 더러 있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시장조차 철시가 아닌 철거의 기분이 든다.
숙소 근처에서 찾은 식당도, 포차도 아닌 것 같은 곳에서 기울인 술잔으로 진주의 밤이 깊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맛집 찾아가기였는데 첫끼는 맛술이었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선 거리는 하필 강풍이 분다. 어마무시하다.
 그래도 산책 삼아 진주성을 돌아보고, 박물관에서 하는 "화력 조선전"을 관람하게 되었다.
몇 해전부터 임진왜란 격전지를 더듬어 보던 터였던 지라 따로 모아 놓은 무기들을 보니 더 자세하게 보였다.
그 역시 관심이 많았던 탓에 두 시간을 살펴본 우리는 김시민 장군의 전투를 이야기하며 찬찬히 걸어 내려오는데 센 바람에도 매화꽃봉오리는 살포시 입술을 연다.
 얼추 장이 섰을 것 같아서 찾아 간 논개시장은 휑 했다.
띄엄띄엄 열린 가게는 몇 되지 않았고 거의 휴업상태와 같아 보여 씁쓸했다.

남해 창선도!

2박 3일을 보내기로.......
옆 숙소의 부녀와 한 잔. 두 잔 밀물처럼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 막내와 동갑인 딸의 이야기에서 2년 전에 떠난 엄마와 아버지의 아내 이야기에 눈물 대신 술잔을 주고받았다.
 새로운 인연은 다음에 부산에서 또 한 잔 하기로.
그렇게 첫날은 썰물처럼 지나갔다.
 가로등에 비친 펜션 바로 앞의 바다는 갯벌로 온 가슴을 바람에 드러내고 있었다.

보리암 가자!

큰딸 내외가 9시 10분 도착이란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10분 지각.
벌써 버스 타고 올라가고 있다며 보리암에서 만나잔다.
숙취는 커피를 원했고, 천천히 가자는 그의 말에 끄덕이는데 아직 어질어질하다.
 " 자기만 올라갔다 오면 안 되나?"
싱글거리며 또 우쭈쭈 해주며 팔을 이끈다.
지난 두 번의 보리암행도 그랬던 기억이 났다.
끌려가듯이.
어쨌든 느릿느릿 올라 선 보리암.
바다가 보이는 절 3 곳을 읊어대는데 그가 박장대소를 한다.

아직 술이 덜 깼다며.
첫째는 여수 향일암, 두 번 째는 남하 금산 보리암, 그리고 강원도 고성에 있는 소소암.
가장 소소한 암자이지만 바다와 가장 가까워 몇 걸음이면 바닷물에 들어갈 수 있어서 내게는 최고라고 했더니.

( 소소암은 40년 지기 선배님이 계시는 암자이고, 고개 숙이신 부처님이 모셔져 있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그곳.)


"엄마!!"


드디어 보리암 번개팅이 이루어졌다.
딸 내외는 정상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길이다.

닭 마냥 서울 근처를 다니더니 점점 넓혀간다.
어릴 때 와 본 딸의 추억에 우리의 만남은 남해 바다가 반사해 주는 햇볕에 무한 밝음이다.
남해에 가면...... 무조건 멸치 쌈밥이라며 맛나게 속을 채우고 독일 마을을 바라보며 멋진 카페를 찾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을 뒤로하고 각자의 여행으로.

딸내외는 광양 쪽으로, 우리는 바닷가 쪽으로.
매화가 마당 한편에 활짝 피어 누군가를 행해 손짓하는 빈집 한 채를 만났다.
 우리는 매화가 반갑고 매화는 우리가 반가웠으리라.
 댓돌에는 신이 없고, 꼭 닫힌 문은 하지 못하는 말을 삼키고 있고, 요지부동의 대문은 어설픈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햇살이, 바람이, 눈과 비가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 소리 낼 수 없는 집. 빈 집.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곱다.
 석화와 가리비를 구워 한 잔 쭈욱 들이키며 많은 이야기를 만든 화려한 여행에 대해 모두가 따뜻한 여행이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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