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하순에 들면 엄마와 나는 장마 준비에 들어갔다.
장마 김장이라고 명명한 배추김치와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 담그기부터, 오이지는 항상 한 접을 담그고, 장 항아리 다독이기까지 하고 나면 이미 눅진해지는 날씨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단도리를 마쳤었다.
무명 홑이불에 풀을 먹여서 입 안 가득 물고 있던 물을 뿌려면서 일부러 내 얼굴 가까이까지 뿌리며 즐거워하던 엄마와의 장마 준비는 겨울 김장 못지않았다.
나도 장마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주에 오이 반 접 사다가 오이지 담아 놓고,
오이김치와 열무김치 담다가, 물고추의 여린 매운맛에 눈물이 핑 돌았다.
풀 먹일 홑이불은 이제 없지만, 맞잡고 이불 빨아 널어 주는 사람은 남편이다.
언제나 같이 일 것만 같은 이불 끝을 맞잡아 주는 사람이 고마운 여름날이 되었다.
맛있다 맛있다 해주는 남편은 벌써 알고 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