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개 Aug 04. 2024

바다를 낚다.

레시피 = 먹게끔



싱크대에 와서야 해동을 준비한다.
부시리 세 마리와 참돔 일곱 마리는 덜 풀린 눈으로 나를 찾고 있었다.
 이만 개도 넘는 참돔의 비늘이 사방으로 폭죽처럼 터지고, 무르기 전에 내장부터 제거하고, 억센 지느러미가 지향하던 세계와는 상관없이 툭, 툭, 잘라내고, 두툼한 살 저며서 굵은소금 한 움큼씩 뿌려서 냉장고로 숙성시킨다.
여름 부시리는 겨울 방어와 맞먹을 정도의 횟감이지만, 날씨와 거리 탓에 급속 냉동상태로 잔 얼음에 묻혀서 왔다. 참돔을 손질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언몸을 풀지 않는다.

가족 번개가 콰르릉!!
 그가 왔다.
 휴가 일정상 일요일에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토요일에 오후에 도착한다면서 딸들에게 회 떠간다고 저녁에 오라 했단다.
 " 엄마, 회 먹을 속은 아닌 것 같은데, 아빠 오시는 시간에 맞춰서 갈게요. 엄마는 괜찮으셔?"
 " 난 암시랑토 안혀. ㅎㅎ"
불타는 금요일.
 막내딸의 생일 축하주 한 잔 하다가 2차인지 3차 인지도 모르게 신나고 맛있는 술을 찾아 마신 탓에 거진 꽐라가 되었었다.
나는 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하신 말만 기억이 났다.
 " 참 행복해 보이십니다. 자식들이 아주 멋지네요. 요즘 어떤 자식들이 부모와 이런 자리를 만드나요."라는.
 톡으로 아빠에게 우리가 마시는 술과 흥겨운 모습을 보낸 것이 아빠를 서두르게 한 듯.
 다 풀리지 않은 애들 속을 풀어주려고 급하게 김치 수제비 끓여 놓자마자 우르르 들어오는 이쁜 애들.
 막내 사위가 들어오며 하는 말이.
 " 어제 아버님께 사진 너무 보내드렸지. 우리가, 허 허 허."
통영에서 공수해온 회가 차려지고,  부시리 한 마리는 버터구이로 상에 올라앉고, 사연 많은 비늘 털어 낸 참돔 세 마리는 튀겨내니 식탁이 화려하다.

거대한 바다!!

우리는 선물 받은 바다를 즐기고 있다.
생선 가시가 아니었다.
생선 뼈였다.
그가 가져온 바다가 준 것을 나는 먹게끔 만들었다.
부시리 튀겨 쫀득한 단짠 조림은 젊은이들 몫으로 매운 양념의 조림은 우리 부부 몫으로.

식재료가 많지 않았던 친정 엄마가 요리를 만들어서 상에 올리시며 언제나 '먹게끔 만들어 봤다' 였었다.
그때는 많은 엄마들이 그러하셨었다.
엄마가 된 후로 나 역시 먹게끔 하는 일을 즐긴다.
 주말마다 반찬 만드는 일에 푸욱 빠지는 것도 아마 먹게끔의 레시피 때문은 아니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장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