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커뮤니티'는 요즘 흥미롭게 보는 사상 검증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각기 다른 정치적 견해, 이념, 출생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출연한다. 너무나 다른 색깔을 가진 열 두 명의 참가자들이 하나의 작은 사회를 이루어 매일 새로운 과제를 통과하며 누군가에 대한 신뢰 혹은 불신을 키우게 되고, 생존을 위해 단단하게 결집했다가도 또다시 생존을 위해 순식간에 서로를 음해하는 양면성을 보이기도 한다.
서바이벌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나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들을 놓고 매일 밤 익명 토론을 벌이는 코너인데, 그 중 빈곤에 대한 토론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빈곤의 가장 큰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라는 토론 주제 아래 여섯 명의 토론 참가자들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데,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하마가 올린 피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빈곤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서 빈곤을 경험하는 이들은 쉽게 배제되곤 한다는 것이 주요 논점이었다. 실제로 '이토록 구체적인' 빈곤을 두루뭉실하게 이해하는 이들로부터 해석되는 빈곤은 피상적인 수준에서 축소되고 제한된다.
이렇게 부유하고 풍족한 나라에서도 어떤 이들은 하릴없이 가난을 경험한다. 이를테면 그것은 바퀴벌레와 지네와 쥐가 나오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조악한 집에서 일상을 사는 것, 명절이나 경조사가 있을 때면 돈 문제로 번지는 부모님의 싸움을 심심찮게 목격하는 것, 정부에서 지급한 바우처로 끼니를 해결할 때 어린 손으로 쭈뼛쭈뼛 내미는 바우처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식당 사장님들의 표정과 제스처를 읽어내는 것, 장학금을 받기 위해 매년 바뀌는 담임선생님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추천서를 부탁해야 하는 것, 이름도 알지 못하는 선배의 교복을 물려받고, 친구들에게 물려받은 교복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것. 일상 곳곳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가난을 호흡하듯 겪으며 자라온 이들은 자연스레 자기연민과 열패감을 내면화한다.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매일 다른 가난의 얼굴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가난과 가난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박탈감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개인에게 빈곤의 책임을 묻는 것은 이름없는 폭력일 것이다. 이는 누군가의 삶을 내건 노력을 무력화하고,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소득 수준으로 사람을 계급화하려는 시도가 명료해질수록 working class로 분류되는 가난한 개인의 삶은 해체되고 파편화된다. 물질 이외의 것에서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은 때때로 혼란과 좌절로 귀결된다. 이러한 점에서 -하마의 지적처럼-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 제도와 복지 정책을 고안하는 이들은 보다 입체적인 시선에서 빈곤을 이해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빈곤은 그 자체로 상대적인 개념이기에 이를 구원하기 위한 궁극의 방법은 실재하지 않겠지만, 빈곤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이해에 기반하여 최선의 것을 고민하는 여러 목소리들이 모일 때 우리는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한 깊고 무결한 논의가 가능한 사회를 상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