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글이 좋다. 하지만 꼭 구구절절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내 방식과 관점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님이 하신 이 말씀이 내게 꼭 필요한 말이었는지, 묵은 유리창을 닦은 듯 무언가 눈앞이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에세이란 나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장르이기에 에세이를 계속 쓴다면 어디까지, 어떻게 쓸 것인지가 늘상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그 '솔직함'의 선을 어디에 그을지는 여전히 숙제지만.
나는 꽤 솔직한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특히 친분이 쌓이거나 '내 과'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면 신이 나버려 속을 과하게 내어놓기도 한다. 그러면서 정작 당황스럽거나 억울한 상황에서는 할 말을 다 못 할 때가 많다. 이래저래 숱한 이불킥의 밤이 쌓여있는 일생인 것이다. 또한 마음에 없는 리액션이나 빈말도 잘 못 한다.(물론 젊을때보다는 제법 잘 한다...) 친구들에게 종종 "내가 빈말을 못해서 출세를 못 했어"라고 농담을 해왔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애나 어른이나 문제는 늘상 관계가 틀어진 이후에 발생한다. 나만 진심이었나 싶은 일, 다 내맘 같지 않다는 걸 또 잊었네 싶은 일들을 더러 겪고 나니, 말을 줄이고 경계를 좀 세우자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에 걸맞게 그래야 한다는 다짐을 해마다 새로이 한다. 그런데, 글은...어쩐다. 합평 중, 한 분이 글에 대해 얘기하다 "지난 5년이 지옥이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이 돌아와서도 생각이 났다. 나는 그간 읽고 쓰는 사람들을 대체로 믿지만 때때로 의심해야 했는데, 이 분들은 지난 수업 과정에서 상당히 솔직한 글들을 써내었구나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쓸 것인가? 뭐 일단, 쓰다보면 알겠지.